배우 유선호는 연기에 진심이다. 성소수자 역할을 위해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보고, 호르몬에 대한 책을 읽고, 관련된 논문까지 섭렵했다. 본인이 생각한 캐릭터의 외형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하던 운동도 잠시 접고 근육을 뺐다.
다섯 대군 중 오로지 계성대군 역할만을 원했다는 유선호는 고집과 자신감, 세심한 준비성으로 유선호만의 계성대군을 완성했다. 지난 7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슈룹’ 종영 인터뷰에서 유선호는 종영 소감과 ‘슈룹’과 함께했던 1년을 회상했다. -‘슈룹’이 끝이 났는데.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고 같이 몰입해줘서 감사하다. 준비 과정까지 1년을 했다. 1년 동안 너무 애정하고 사랑하던 작품이 끝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든다.”
-계성대군의 결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는데.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부터 결말은 알고 있었다. 원래는 좀 더 빨리 떠나는 설정이었다. 사실 계성대군에게는 최고의 결말이 아닐까 싶다. 궁에서는 목숨의 위협까지 받으며 숨겨야 했던 자신이었는데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자신답게 살 수 있게 됐으니 계성대군으로서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계성대군 역으로 출연을 결정할 때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오디션 봤을 때는 계성대군 역의 캐릭터성을 몰랐다. 감독님과 미팅하기 전날 밤에 알게 됐다. 대본에 대군, 왕자들의 캐릭터가 20~30 페이지 분량으로 나와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그걸 다 공부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만 제대로 보여주고 오자 싶었다. 그게 계성대군 역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계성대군 역이 하고 싶었고, 확정되기 전까지 감독님께 ‘자신 있다. 믿어달라’고 어필했다. 이후에 함께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왜 계성대군 역에 끌렸나. “계성대군 역의 섬세한 표현 방법과 감수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역할 중 욕심났던 건 없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성대군 역이 좋았다.” -계성대군 역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승마를 배웠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음날 못 일어났다. 그런데 몇 번 하다 보니 괜찮아졌다. 마지막 촬영 때는 감독님이 대역 없이 가자고 할 정도였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극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설정을 가진 역할이었는데 연기하며 혼란스럽지는 않았나. “분명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계성대군 역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나도 표현하는 것에 있어 세심하고 예민한 편이고 감수성도 풍부하다. 눈물이 많은 것도 닮은 것 같다.”
-여장하는 장면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테스트 촬영을 여러 번 했다. 그때 화면으로 내 모습을 봤을 때 운동을 할 때여서 그런지 생각했던 외형과 달라 근육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4kg 정도를 감량했는데 살이 아니라 근육을 뺐다.” -김혜수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선배님이 첫 촬영부터 잘 챙겨줬다. 나에 대해 검색도 많이 해본 것 같았고 잘 봤다고도 말해주니 오히려 감사했다.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주니 나도 빠르게 소통할 수 있었다.”
-연기적으로 조언을 들은 것이 있나. “조언해준다기보다는 내가 하는 연기를 존중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만큼 준비한 걸 알아봐 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마지막에 떠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선배님이 많이 울었다. 나는 담담하게 ‘엄마 저 떠나가요’ 하고 싶었는데 선배님이 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우니 나도 덩달아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연기하고 있더라. 끝나고 선배님이 너는 거짓 없이 진실 되게 연기해서 좋다고 이야기해줬다.”
-또래들과 연기는 어땠나. “모두 그 캐릭터답게 연기를 잘 해줘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우리끼리 장난도 많이 쳤다. 또래 배우들이랑 함께하면서 공부도 많이 됐고 자극도 됐다.” -‘슈룹’이 끝나자마자 ‘1박 2일’ 새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즐겨보던 1등 프로그램이었는데 내가 나간다고 하니 얼떨떨하기도 했다. 그런데 걱정할 새도 없이 미팅을 했고, 집 가는 길에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3일 뒤에 바로 촬영했다. 멤버들이 너무 반겨줘서 재미있게 했다.”
-‘슈룹’이 넷플릭스에서도 6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잘 될 거라 생각했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힘이 컸기 때문이다. 그게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더 크게 느껴졌다. 속으로 ‘이런 게 잘 돼야지. 잘 안 되면 진짜 큰일인데?’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훨씬 잘돼서 기분이 좋다.”
-‘슈룹’ 끝나고 달라진 점이 있나. “‘프로듀스 101 시즌2’ 끝나고 지금까지 뒤를 돌아볼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기만 했는데 이번에 ‘슈룹’을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잠시나마 뒤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진정성이 깊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조그마한 목표를 두고 연기해본 적이 없다. 내가 너무 재미있어하는 걸 시청자들이 같이 몰입하는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받고 그걸 원동력으로 삼는다. 앞으로도 시청자들 마음속에 남을 수 있는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