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가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경기를 마친 이대호가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이대호(40)가 선수 자격으로 마지막 공식 석상에서 참석, 행복하면서도 특별한 작별 인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한다. 연말 각종 시상식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KBO 주최 공식 행사다. 10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끝으로 롯데 유니폼을 벗고 은퇴한 이대호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대호는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지명타자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타격 성적만 고려하는데 총 4명의 후보 중 경기-타율-홈런-타점-OPS(출루율+장타율)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4위) 23홈런(공동 5위) 101타점(4위)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까지 이정후(0.349·키움 히어로즈) 호세 피렐라(0.342·삼성 라이온즈) 등과 타격왕 경쟁을 펼쳤다. 뛰어난 컨택트 능력은 물론, 현역 최고령 타자임에도 변함없는 장타력(0.502·6위)을 과시했다. 타율 0.333 37홈런 125타점을 올린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좋은 개인 성적을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이대호는 "마지막 시즌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운도 따랐다"고 돌아봤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이대호는 통산 7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에 도전한다. 가장 최근 수상은 2018년(지명타자 부문)이었다. 지금까지 1루수로 4차례, 3루수와 지명타자로 각각 한 차례씩 수상한 바 있다.
SSG 랜더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추신수는 출루율과 도루에서 앞설 뿐, 타율 0.259 16홈런 58타점으로 위협적인 적수가 되지 못한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역시 타율(0.264) 홈런(14개) 타점(71개) 모두 이대호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친다. 두산 베어스와 재계약에 실패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타율(0.309)을 제외하면 내세울 게 전혀 없다.
이대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초'이자 '최고령' 역사를 예약했다.
이대호가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은퇴 시즌에 수상자가 되는 기록을 세운다.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골든글러브를 받고 곧바로 퇴장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앞서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예고 은퇴'를 하고 떠난 이승엽과 박용택도 선수 마지막 해에는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라면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는 의미이다. 선수 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이대호가 놀라운 활약을 보이자 "은퇴 의사를 접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그는 은퇴 의사를 접지 않았다. 이대호는 "팬들과 약속한 것이고, 내가 떠나야 많은 롯데 후배들이 그 자리에서 기회를 얻고 뛸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가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1루 이대호가 첫 타석에서 1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진루해 기뻐하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골든글러브 사상 최고령 수상 기록 달성도 유력하다. 현재 최고령 수상 기록은 이승엽이 갖고 있다. 그가 2015년 지명타자 부문(타율 0.332 26홈런 90타점) 골든글러브를 받았을 때 나이가 39세 3개월 20일이었다. 2022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9일 기준으로 이대호는 40세 5개월 18일이 된다. 이승엽의 종전 기록을 1년 2개월 경신하게 된다.
이대호가 마지막 시즌 유일하게 해소하지 못한 아쉬움은 롯데의 우승이다. 그는 "올 시즌 벤치를 지켜도 좋다. 후배들을 날 대신해 좋은 모습을 보여 팀 성적이 더 좋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는 8위(64승 76패 4무)로 시즌을 마감,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정말 열심히 준비해 나름대로 그 결과를 얻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롯데에 우승을 안기지 못했다. 이를 이루지 못한 채 후배들에게 짐을 떠안기고 도망가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자신의 야구 인생을 50점으로 평가한 이유에 대해 그는 "개인 성적은 괜찮았다. 편견과 많이 싸워서 이겨냈다. 그런데 롯데의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수상 여부는 롯데에도 의미가 있다. 롯데는 2018년 전준우(외야수 부문)를 끝으로 지난 3년 동안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올해 롯데에서 수상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이대호가 롯데에 마지막 선물을 남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