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퓨처스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선수들이 경외심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높은 이름값, 2017년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검증된 지도력, 한국야구 대표 타격 전문가라는 점이 두루 반영됐다. 핵심은 야수진 뎁스(선수층) 강화다.
KT는 2022 정규시즌, 주전 의존도가 높았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을 좀처럼 메우지 못했다. 지난 시즌(2021)엔 김병희, 김태훈 등 새 얼굴이 등장해 내부 경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지만, 올 시즌은 퓨처스팀에서 올라와 두각을 드러낸 선수가 거의 없다. 지난 시즌 1위였던 KT는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3위 키움과의 준PO에서 2승 3패로 밀리며 탈락했다. 이강철 감독은 2022년 모든 일정을 소화한 뒤 "투수진 전력이 좋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 외에는 가용 자원이 없다. 야수진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육성 강화는 필수다. 구단도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김기태 감독을 영입하는 조처를 했다. 문제는 당장 차기 시즌(2023)이다. 전력 보강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KT는 내야진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입대를 앞두고 있다. 베테랑 박경수가 지키고 있던 2루수도 새 주인이 필요해 보인다. 그는 전성기를 지나 에이징 커브를 겪고 있다. 오윤석·권동진 등 백업 선수들이 있지만, 주전을 맡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하다. 공·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장준원도 십자인대 부상 탓에 복귀 실점이 불투명하다.
그 어느 해보다 외부 전력 보강이 필요한 겨울을 앞두고 있다. 마침 박민우, 노진혁, 서건창 등 내야 자원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많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이들의 면면을 살피며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의 미래 가치를 자체적으로 판단한 뒤 합리적인 선에서 투자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거품이 껴 치솟은 시장가에 휘둘릴 생각은 없다.
지난 2년(2020~2021) 동안 부진했던 박병호는 KT로 이적한 뒤 맞이한 올 시즌, 35홈런을 치며 이 부문 개인 통산 6번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베테랑의 커리어와 경험을 중시하고, 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이강철 감독 특유의 선수 관리 방침이 박병호의 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준척급 FA 중에는 베테랑들이 꽤 많다. KT는 그런 선수들에게 매력적인 팀이다. FA 영입전은 꼭 몸값만으로 좌우되는 게 아니다. KT가 준척급 FA 영입이나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을 노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KT는 1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부상 악재를 고려해도 우승 전력에서 멀어진 건 분명하다. 센터라인 핵심이었던 심우준이 이탈하며 '주전 유격수' 부재라는 고민도 안고 있다. 그동안 외부 영입에 인색했던 KT가 올겨울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