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4위로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주축 선수 부상 악재 탓에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PS) 모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강철 감독 부임 뒤 꾸준히 단단해진 마운드의 힘과 한층 노련해진 프런트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여기에 재도약을 위한 숙제도 확인했다.
KT는 개막 직전 악재를 만났다. 지난 시즌 타격 5개 부문 5걸 안에 오르며 정상급 타자로 올라선 강백호가 오른쪽 엄지발가락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이탈한 것. 스토브리그에서 영입한 '거포' 박병호와의 시너지가 기대됐지만, 개막 두 달 동안 두 선수가 함께 나서지 못했다. 강백호는 6월 초 복귀했지만, 7월 초 주루 중 왼쪽 햄스트링 부상까지 당하며 다시 이탈했다.
불펜 운영도 어려움을 겪었다. '슬라이더 마스터' 박시영이 인대 손상으로 시즌 초반 이탈했다. 홀드왕 출신 주권마저 이전보다 부진했다.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박병호가 8회 좌익수앞 깊은 타구를 날리고 비디오판독끝에 안타 처리된후 들어가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2.10.20.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부진했던 박병호가 전성기에 버금가는 화력을 선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흔들리던 허리진도 셋업맨 김민수가 분전하며 조금씩 정상화에 다가섰다. 강백호가 복귀한 6월, 타선의 무게감까지 더해지며 5강에 진입했고, 이후 상위권을 지켰다.
토종 선발진의 활약은 여전했다. 지난 시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1번을 해내며 이 부분 리그 1위에 올랐던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는 한층 안정감이 생겼고, 2년 차 징크스를 털어낸 2020년 신인왕 소형준도 성장한 기량을 증명했다. 스윙맨 엄상백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선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잘 메웠다. 3선발 배제성이 컨디션 난조로 선발진을 이탈했을 때도 그가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은 2018년 10월 부임 뒤 마운드 내실 강화에 집중했고, 명확한 보직을 부여해 내부 경쟁을 유도했다. 지난 3년(2019~2021시즌) 동안 단단해진 마운드의 힘으로 '지키는 야구'를 실현했다.
프런트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가 발가락 골절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빠르게 새 선수를 물색했고, 앤서니 알포드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 주역인 쿠에바스도 올 시즌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웨스 벤자민과 계약했다.
입국과 비자 발급, 리그 적응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KT는 빠른 대응으로 이 시간을 줄였다. 벤자민은 '팔색조' 투구를 앞세워 2점(2.70)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알포드도 수준급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두 선수는 올가을 PS에서 각자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KT위즈와 키움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20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9대 6으로 승리한 KT선수들이 경기 후 자축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20/ 숙제도 남겼다. 우승을 노리기에는 야수신 뎁스(선수층)가 너무 얇다.
강백호의 이탈은 장타력 저하로 이어졌다. 내야 백업 요원으로 기대받던 장준원까지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탈하자,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부담이 너무 커졌다. 믿을 수 있는 오른손 대타도 없다. PS에선 타선 리드오프 조용호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는데, 그만큼 집요하게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는 대체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은 퓨처스팀에서 올라온 김병희와 김태훈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지만, 올 시즌은 새 얼굴이 나타나지 않았다.
KT는 지난 14일, 2017년 통합 우승을 이끈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을 퓨처스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1·2군 젊은 선수들의 기량과 멘털을 모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이강철 감독도 쇄신과 재정비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나도현 단장, 이강철 감독 모두 KT가 지속해서 PS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과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1위가 4위로 떨어졌으니, 성공한 시즌으로 볼 순 없다. KT는 다가올 겨울, 변화와 발전을 향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