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가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투수로 깜짝 등판한 이대호가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서튼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08/ 이대호(40)가 야구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대호가 21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호쾌한 장타뿐 아니라 마운드 위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투·타' 겸업을 선보였다. 그의 시그니처 응원 멘트인 '대~호'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렁찼고, 이대호는 그런 부산팬들의 배웅 속에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대호는 첫 타석부터 장타를 쳤다. 롯데가 0-1로 지고 있던 2사 1루에서 상대 투수 김영준의 시속 143㎞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쳤다. 사직구장은 1회부터 들끓었다.
3회 초엔 호수비를 보여줬다. 무사 1루에서 문보경의 강습 타구를 잡아낸 뒤 정확한 2루 송구로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타자 주자까지 아웃시키진 못했지만, 사직구장은 다시 한번 이대호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힘이 좋은 LG 타자 오지환이 우측 선상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보냈는데, 이대호가 몸으로 막아낸 뒤 파울 지역으로 짧게 흐른 공을 잡아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가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만루 이영빈을 1루 땅볼로 처리한 이대호가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투수 스트레일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08/ 이대호는 이 과정에서 오른손에 통증이 생겼다. 손을 거듭 흔들었다. 3회 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나섰을 때도 같은 동작을 보였다. 스윙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 탓에 내야 땅볼에 그치기도 했다.
이대호는 5회도 땅볼로 물러났다. 1사 1·2루에서 나선 7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2-2 동점에서 역전 적시타를 바랐던, 장내도 짧은 탄식이 나왔다.
이대호는 마운드 위에서 팬들을 달랬다. 최근 이대호가 불펜 투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은퇴식(10월 8일) 이벤트가 예고된 장면이었다. 실제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투수 이대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7회 타석 뒤 바로 불펜에 들어가 몸을 풀었다. 그리고 8회 초 수비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올랐다. 예견된 이벤트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1회 말 첫 타석에 앞서 좌·우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이대호는 마운드에 올라서도 같은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박수받았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가 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투수로 깜짝 등판한 이대호가 대타로 나온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에게 공을 던지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2.10.08/ 류지현 LG 감독도 이 이벤트에 부응했다. 팀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내세운 것. 이미 경기 전 언급한 계획이다.
이대호는 초구부터 시속 127㎞를 뿌렸다. 박수와 함성이 커졌다. 2구째 129㎞ 직구는 고우석의 힘찬 스윙에 우측 파울이 됐다. 이대호의 3구는 바깥쪽(우타자 기준)으로 빠졌다. 그러나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4구째 127㎞ 직구로 범타를 유도했다. 고우석이 친 공이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이대호가 앞서 3회 보여준 날랜 수비도 직접 잡아 1루에 토스했다.
'투수 이대호'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웃카운트 1개였다. 그는 다시 제자리인 1루로 돌아갔다.
이후 롯데는 7회 말 고승민의 적시타로 3-2로 앞섰다. 9회 마운드에 오른 투수 김원중이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내며 이대호의 은퇴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도 의미가 컸다. 빗맞은 좌측 타구를 이대호가 직접 꼽은 '후계자' 한동희가 잡았고,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비교적 정확한 송구를 뿌렸다. 1루를 지키던 이대호는 원 바운드 송구를 잘 잡아내며 팀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대호는 투수로 입단했지만, 타자 전향 권유에 따랐다. '국민 타자' 이승엽처럼 '조선의 4번 타자'도 잘 치고, 잘 던졌다.
이대호는 입단 첫 시즌 시범경기에서 투수로 나섰지만, 공식전 투수 등판은 없었다. 그러나 이날 다시 마운드에 섰다.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을 해내는 등 타자로서 모든 것을 보여준 이대호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투수로서 재능까지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