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한때 복고 열풍이 불었던 데 이어 최근에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감성을 일컫는 Y2K 감성이 가요계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Y2K는 연도를 뜻하는 ‘Year’에 숫자 2, 1000을 나타내는 ‘Kilo’가 결합한 말로, 밀레니엄 버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시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인식하던 컴퓨터가 2000년이 되면 ‘00’만을 인식해 1900년과 혼동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거라는 우려에서 생긴 말이다. 이러한 혼란과 자유로움 사이 ‘세기말 감성’이 꽃을 피웠다.
이미 패션계는 와이드 팬츠, 니삭스, 바지를 내려 입는 로우라이즈까지 Y2K 스타일이 주목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패션계에서 그치지 않고 대중문화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으며, 그중 가요계가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트와이스는 미니 11집 ‘비트윈 원앤투’(BETWEEN 1&2) 타이틀곡 ‘톡댓톡’(Talk that Talk) 뮤직비디오를 통해 Y2K 영상미를 선보였다. 뮤직비디오는 과거 방송사가 정규방송 전후로 내보냈던 화면조정 화면과 유사하게 시작한다. 또한 트와이스는 2000년대 초반 향수를 자극하는 세트를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아이브는 세 번째 싱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의상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2000년대 감성을 되살렸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는 MZ세대와 X세대를 아우르는 연결 고리 같은 음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뉴진스는 데뷔 앨범 ‘뉴 진스’(New Jeans) 스타일링부터 음반 구성, 음원까지 뉴트로에 기반해 선보였다. 뉴진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 스포티한 의상에 긴 생머리, 옅은 화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CD플레이어를 연상케 하는 파우치 형태의 한정판 음반과 1990년대 말을 풍미했던 S.E.S.를 떠오르게 하는 음악은 팬들의 감성을 정조준했다. 사진=어도어 제공 가요계에 Y2K 바람이 부는 이유로는 그 당시 팬덤을 구성했던 사람들이 제작자와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한 것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뉴진스 제작을 총괄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어린 시절 CD플레이어를 항상 들고 다녔는데 마땅히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어 예쁜 파우치를 많이 찾았다. 그때 기억으로 음반을 가방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가요계 트렌드는 제작자들과 그들이 목표로 하는 대중의 연령대를 엿볼 좋은 기회”라면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당시 팬덤을 구성했던 세대들이 가요계에서 결정권을 가지는 위치에 올랐고, 또 당시 10대들이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로 성장한 것이 맞아떨어져서 Y2K 감성이 유행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