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김인식 감독과 타이론 우즈. [IS포토] 1997년 11월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 KBO리그 역사상 첫 번째 외국인선수 선발 드래프트가 열렸다. 당시 150명 정도 참가 신청서를 냈다. 트라이아웃이 진행되면서 중도 포기 선수도 나왔지만, 메이저리그(MLB)를 경험한 선수 가운데 도전장을 낸 이도 있었다. 당시 외국인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금액은 규정상 12만 달러였다.
외국인 선수 도입 초창기엔 미국 MLB 타격왕 출신 훌리오 프랑코(전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해,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 타이론 우즈(전 OB 베어스),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이글스) 등 경력이 뛰어나고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타자가 꽤 있었다. 외국인 타자의 결정적인 활약이 팀 우승에 한몫했다.
이후 외국인 선수 제도는 몇 차례 수정, 변경이 이뤄졌다. 2014년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뀌면서 대다수 팀이 투수 2명, 타자 1명으로 꾸려가고 있다.
한동안 드물었던 외국인 타자가 다시 KBO리그에 발을 들였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별로 없다. 최근에는 KBO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한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2014~2016년)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 이후로는 뛰어난 족적을 남긴 외국인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외국인 타자 교체가 빈번하다. SSG 랜더스(케빈 크론→후안 라가레스), LG 트윈스(리오 루이즈→로벨 가르시아), KT 위즈(헨리 라모스→앤서니 알포드), 롯데 자이언츠(D. J 피터스→잭 렉스) 네 팀이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새로 데려온 선수의 활약이 대단하진 않다. MLB에서 861경기(132홈런)에 뛴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도 29일 기준으로 타율 0.271 16홈런 59타점에 그친다. 타이틀에 도전할 만한 선수도 삼성 호세 피렐라가 유일하다. 다만 타율 1위(0.347) 피렐라도 족저근막염으로 기복을 보인다.
신규 외국인 선수의 경우 몸값 상한선은 최대 100만 달러이다. 하지만 비용 대비 투자 효과를 거두는지 의문이다. 외국인 선수 거주에 필요한 아파트를 비롯해 각종 체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 선수 교체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스카우트도 해외에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한다. 구단 입장에선 아까운 돈이 새어 나간다.
일본 프로야구(NPB)도 MLB를 경험한 야수들이 대거 영입됐지만, 정작 특별한 활약을 선보이진 못하더라. 야구 스타일과 투수 적응, 또한 현지 문화 적응에 어려움 등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초창기에 문호를 개방해 그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박철순과 백인천, 장명부 등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한 선수를 통해 많이 배우고 발전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 타자들의 수준은 많이 향상됐다. 파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외국인 타자에게 특별히 배울 만한 점이 없어 보인다.
반면 외국인 투수는 여전히 팀 에이스를 맡고, 원투 펀치를 형성한다. KBO리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입단한 신인이 1군 주축 선수로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다. 공은 빨라도 제구가 받쳐주지 않아서다. 국내 투수의 수준과 환경을 고려하면 외국인 투수 제도는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도 표류하는 분위기다. 야구 선배로서 외국인 타자 제도 폐지에 대해 한 번쯤 논의해 보는 게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그렇다면 최소 10명 이상의 국내 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