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우먼’은 전 세계 50여개 지역 여성 2000여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사진=에스와이코마드 제공 108분의 러닝타임을 빼곡하게 채우는 건 여성들의 증언이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현실 여성들의 초상을 제외하고 인터뷰로만 이뤄져 있는 파격적인 구성. 어떤 극적인 효과도 가미되지 않았으나 이들의 증언은 그 자체로 극적이고 때론 충격적이라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여성으로서의 삶 전반을 다룬다. 생리, 임신과 출산, 결혼을 비롯해 교육, 일, 경력 등 사회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할례와 각종 범죄 피해까지 여성들이 살며 겪는 문제들이 빼곡하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여성들이 얻은 성취를 볼 때면 함께 웃음 짓게 되고, 끔찍한 범죄 피해에서 분연히 일어서 희망을 가꿔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인터뷰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짧은 분량으로 스쳐 가기엔 아까운,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다.
영화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브르트랑과 사회문제에 주목했던 기자 아나스타샤 미코바가 연출했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휴먼’ 촬영 때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던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휴먼’을 촬영할 때 특히 여성의 증언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인터뷰 전에는 수줍음을 타거나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모든 것을 터놓곤 했다. 마치 평생 그 순간을 기다려 온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에스와이코마드 제공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성을 부여받는 순간부터 여성들에게 많은 문제는 ‘생과 사’의 영역이 된다. 자신의 보호자가 됐어야 할 사람으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받기도 하며 국가로부터 낙태나 출산을 강요받기도 하고, 다른 남자 형제를 위해 교육의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불합리를 당하는 사람이 털어놓을 곳이 현저히 부족했다는 점이다.
얀 아르튀스-브르트랑 감독은 “여성에 대한 영화를 만든 이후 엄마, 누나, 아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여성들은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들어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진=에스와이코마드 제공사진=에스와이코마드 제공 생과 사에 대한 108분 동안의 서술. 누군가에겐 일상이고 누군가에겐 충격으로 느껴질 2000명 여성의 이야기. 그들의 깊은 고통과 환희를 이제 들어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