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정시종 기자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34)가 1년 9개월 만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교체 영입 효과를 입증했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해 10월 29일 LG 트윈스전(5이닝 1실점 패전) 이후 285일 만의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스트레일리가 안우진(7이닝 무실점)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롯데는 마지막에 4-3으로 웃었다. 0-1로 뒤진 8회 초 신용수의 2점 홈런, 9회에는 정훈의 투런포가 터졌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스트레일리가 입국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아 일찍 교체를 지시했다. 그러자 투구 수 84개에 그친 스트레일리가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코치진의 설득과 만류에 스트레일리는 복귀전을 마감했다.
롯데에는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리였다. 후반기 들어 팀 승률 0.214(3승 11패 1무)로 꼴찌였다. 앞선 두 경기에선 NC 다이노스에 1-10, 0-14로 져 자존심을 구겼다. 팀 분위기 저하 속에 코로나19 확진자가 8명으로 늘어나며 주전 이탈이 잇따랐다. 지난 3일 정훈과 서준원, 정보근을 시작으로 전준우(5일) 김원중(7일) 이학주·고승민(9일)에 이어 10일 안치홍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팀 분위기가 계속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롯데는 글렌 스파크맨을 방출하고, 지난 2일 스트레일리 영입을 발표했다.
그의 호투는 점점 무너지던 거인 군단에 반가운 단비였다.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팀을 위기에서 건졌다.
스트레일리의 이날 투구에 이목이 집중됐다. 2020년 롯데 소속의 외국인 투수로는 한 시즌 최다인 15승(평균자책점 2.50)을 올렸고, 200탈삼진(1위, 205개)까지 돌파했다. 지난해엔 10승 12패(4.07)에 그쳤고, 올해 트리플A 15경기(선발 12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6.35로 부진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우려도 뒤따랐다.
돌아온 스트레일리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찰리 반즈와 박세웅이 10일 기준으로 각각 후반기 평균자책점 5.50(3패), 7.47(1승 2패)로 부진하다. 경험 많은 스트레일리가 에이스로 나서줘야 5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롯데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그가 향후 9~10번 등판의 호투를 펼친다면 팀 성적과 분위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10일 복귀전에서 직구 평균 시속 지난해보다 2㎞가량 낮은 143.5㎞에 머물러 다음 등판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스트레일리는 "이대호의 은퇴 시즌에 그와 함께 가을 야구에 진출하기 위해 돌아왔다"며 "여전히 많은 경기가 남았다. 포스트시즌에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