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외야수 김강민 사진=연합뉴스 '아기 짐승' 최지훈(25·SSG 랜더스)이 '짐승' 김강민(40)의 '초특급' 인정을 받았다. '역대 최고'라는 훈장이다.
김강민은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통산 1800번째 출장을 기록했다. 이날 김강민은 올 시즌 마수걸이포까지 쏘아 올리며 기록을 자축했다. 어느덧 프로 22년 차인 그는 KBO리그 역대 최고 외야 수비수로 꼽힌다. 넓은 수비 범위와 투수 출신의 강한 어깨로 정수빈, 박해민 등 동시대 외야수들은 물론 1980년대 이순철(해태 타이거즈), 1990년대 이병규까지도 소환해 비교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그런 김강민이 인정하는 후계자가 프로 3년 차 최지훈이다. 그는 김강민 못지 않은 수비 범위와 강견을 자랑한다. 지난해 선수들의 투표와 기록으로 최고의 수비수를 선정하는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외야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타격까지 만개, 대체 선수로 올스타전에도 출전, 10회 초 장기인 홈 보살로 최형우를 잡아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4일 경기 후 김강민의 인터뷰에서도 주인공은 김강민이 아닌 최지훈이었다. 김강민이 특별히 주목한 건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최지훈은 SSG의 제 1외야수가 됐다. 주 포지션 역시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중견수다. 그러나 김강민과 함께 출전하는 날 중견수 자리는 김강민의 몫이고 최지훈은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SSG 랜더스 외야수 최지훈. 사진=정시종 기자, 수비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김강민은 “난 지훈이보다 코너 외야를 잘할 자신이 없다. 너무 오래 중견수로만 뛰었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셔서 나를 중견수로, 지훈이를 코너로 내보내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훈이는 이미 나를 넘어섰다. 나보다 중견수 수비를 잘하는데, 코너 외야 수비는 훨씬 더 잘한다"고 엄지를 들었다.
실제로 최지훈은 매년 좌·중·우 세 포지션을 골고루 소화한다. 신인 시절인 2020년 우익수로 468이닝을 출전했던 그는 중견수 412이닝, 좌익수 127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중견수 670과 3분의 1이닝으로 비중이 늘었지만, 좌익수 244와 3분의 1이닝, 우익수 139와 3분의 1이닝으로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코너 출장에 할애했다. 올 시즌 역시 25일 기준 중견수 607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좌익수 129와 3분의 1이닝, 우익수 28과 3분의 2이닝을 소화 중이다.
김강민은 "세 포지션을 다 보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포지션마다 수비 특성이 다 다르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수비수 중에 외야 세 포지션을 저렇게 잘하는 선수를 처음 본다”고 칭찬했다. 동시대 최고 외야수들과 비교에서도 '후배 자랑'은 이어졌다. 김강민은 “우리 팀 후배라고 칭찬하는 게 아니다. 물론 박해민(LG)이나 정수빈(두산)도 수비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래도 지훈이를 충분히 최고로 꼽을 수 있겠다. 탑이 한 명은 아니지 않나. 적어도 저 나이, 저 연차에서는 최고의 선수”라며 “난 못하는 사람한테는 칭찬이 박해도 잘하는 사람한테는 후하다”고 웃었다.
후배 칭찬에도 너스레는 여전했다. 김강민은 "지훈이가 나보다 수비를 잘한다고 내 타구를 양보하진 않는다. 내 밥은 잘 먹는다. 뺏기진 않는다"고 웃은 그는 취재진에게 "지훈이가 국가대표팀에 꼭 선발되면 좋겠다"는 어필까지 잊지 않고 전한 후에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