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년 내 여성 임원 10% 이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오는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여성 임원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의 임원 비율이 94%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리더스인덱스가 10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53개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은 6.3%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전체 임원 1만4612명 중 여성은 915명으로 10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국내 여성 임원 비중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 영향으로 최근 점진적으로 늘었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해 사실상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여성 임원 비중은 2019년 3.8%에서 2020년 4.6%, 지난해 5.5%, 올해 6.3%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추세를 고려하면 기업들이 여성 임원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 수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각국에 있는 삼성전자 전체 임원은 1526명이었다. 이 중 여성 임원 비중은 6.5%였고, 나머지 93.5%는 남성이었다.
국내 임직원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비율은 낮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원은 총 1083명이었고, 이 중 여성은 5.5%(60명)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10년 이내에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임원 비율이 한 자릿수에서 머무르고 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한국보다 확연히 높다. 메타(옛 페이스북) 35.5%, 애플 23.0%, 인텔 20.7%, 대만 TSMC 10.0% 등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믹스가 올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됐다. 한국ESG연구소에서 발표한 지난해 여성 임원 비율을 보면 프랑스 45.3%, 독일 34.1%, 미국 29.7%, 중국 13.8%, 일본 12.6%로 한 자릿수의 한국(8.7%)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현대차 4.0%, LG전자 3.8%, 포스코홀딩스 2.9%, SK하이닉스 2.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