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시즌 4승째를 따낸 장민재. 한화 이글스 제공 장민재(32·한화 이글스)는 눈에 띄지 않는 선수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4.22(4일 기준)로 리그 평균(3.96)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발 투수지만 6이닝을 던진 적이 한 번도 없다. 구속도 느리고 눈에 띄는 마구를 던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화에는 누구보다 든든한 투수다. 5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를 여덟 번 기록했다. 개막전부터 선발로 등판했던 김민우(9회)에 이은 팀 내 두 번째 기록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갑자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지만 시즌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켜주고 있다.
장민재의 안정감은 지난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선발 등판한 그는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회 1·3루 위기에서 1실점과 6회 선두 타자 피홈런을 허용했지만, 나머지 네 이닝은 모두 삼자 범퇴로 틀어막았다. 하루 뒤 만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홈런을 하나 맞긴 했지만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우리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기복 없이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2일 만난 장민재는 "내 몫은 꼭 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던졌다. (추가 실점으로) 경기는 졌지만, 다른 투수들도 다 잘 하려고 노력한다. 결과가 좋지 앟은 건 야구의 일부다. 내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닝 욕심도 있지만, 앞세우지 않는다. 장민재는 "선발 투수는 초반에만 무너지지 않고 팀이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 된다"며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는 충분히 만들어져 있다. 5~6회 때 항상 위기가 와 더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문제점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운드 위에 없을 때 장민재는 리더다. 어린 한화 선수단에서 프로 14년 차인 그는 고참급에 해당한다. 주장 하주석이 물의를 빚고 2군에 내려간 지금은 임시 주장까지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야수가 맡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수베로 감독은 "장민재는 본인이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더그아웃에서 가장 크게 응원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선수도 사람이다 보니 감독이 지시하면 불평을 보이는 이도 망설이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장민재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강판될 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못 던져서, 팀을 위해 아쉬워하는 선수"라고 주장 선임의 이유를 전했다.
장민재는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다그치기보다 좋은 말로 선수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게 낫다. 선수들도 잘 따라준다"고 했다. 징계로 2군에 내려가 있는 주장 하주석 역시 그가 신경쓰는 후배다. 장민재는 "주석이와도 통화하고 있다.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2군에서 운동 열심히 하고 있더라. 컨디션 조절 잘해서 돌아왔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절친한 후배 하주석만큼 고전 중인 절친한 선배도 있다. 최근 팔꿈치 수술을 받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장민재는 "1일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수술 받고 토론토 가서 잘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원체 튼튼하고, 더 어려운 어깨 수술도 잘 버텼던 형이다. 잘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며 "현진이 형이 한화에 돌아온다면 분명히 좋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목표는 다 이루고 돌아오면 좋겠다. 그런 후에 한화로 돌아와 같이 뛰고 싶다"고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