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통해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경기 전 특별 엔트리를 통해 3번·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정든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다시 한 번 밟았다.
LG의 4-1 승리로 경기 종료 후 본격적인 은퇴식이 열렸다. 박용택은 2020시즌 종료 후 선수 생활을 마감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은퇴식이 미뤄지다 구단과 협의 끝에 이날 개최했다.
박용택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하얀색 양복을 입고 등장했다. LG의 홈 유니폼을 떠올리는 패션 센스였다. 차명석 단장이 영구 결번을 선언하고 박용택이 버튼을 터치하자 잠실구장에 화려한 축포가 터졌다. LG 출신으로는 김용수(41번)-이병규(9번)에 이어 박용택의 등번호(33)가 세 번째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김용수와 이병규가 박용택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 박용택의 야구 입문을 이끈 최재호 강릉고 감독 역시 제자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후 동료들의 축하 인사가 소개됐다.
박용택은 마이크를 들고 은퇴사를 남겼다. 그는 "LG의 심장 박용택입니다" "제 은퇴를 어떤 팬 보다 가장 기뻐했을 사직택 박용택입니다" "오늘 최고 기온이 33도입니다"라며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잠실=김민규 기자 이어 2009년 타격왕 당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여기 롯데팬들이 남아 계신다. 멋진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 순간 졸렬했을지 몰라도 절대 졸렬한 사람 아닙니다"라고 했다. 박용택은 2009년 타율 0.372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즌 막판 팀의 관리로 타격왕이 됐다는 비판 속에 '졸렬택'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추가했다. 당시 그와 마지막 날까지 타격왕 경쟁을 펼친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 소속 홍성흔이었다.
박용택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LG 선수단은 자신의 이름 대신 박용택의 별명을 달고 뛰었다. 그 가운데 정우영이 '졸렬택' 별명을 택했는데 팬들의 항의로 무산됐다고 한다. 박용택은 "오늘 마침 롯데전이니 더더욱 제 방식대로 푸는 건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참 아쉽다"고 했다.
박용택은 아내와 부모님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또한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팬 보다 위대한 팀은 없다. 팬 보다 위대한 야구는 없다"며 후배들에게 팬서비스를 부탁했다. 또한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는데 우승 반지 대신 여러분의 사랑을 여기에 끼고 은퇴합니다"라고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박용택은 후배들의 헹가래 속에 높이 날아 오른 뒤 잠실구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