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공개되는 영화 ‘마녀’의 속편을 통해 데뷔해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가 있다. 일종의 생체 실험인 ‘마녀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소녀 역을 맡은 신시아가 그 주인공이다. 전작의 마녀였던 김다미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던 신시아는 또 다른 마녀로 기억되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 했을 것이다.
‘마녀2’의 개봉에 앞서 만난 신시아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데뷔작의 첫 등장부터 강행해야 했던 피 분장, 약간의 옆머리 반삭에 대해 “이것도 소녀의 일부여서 좋았다”며 모든 것에 행복했던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은. “오디션 과정까지 합하면 2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 코로나19로 어쩌면 개봉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개봉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다. 부담감도 있지만 감사함이 더 크다. 부모님도 기뻐하셨다. 제주도에서 4개월 반을 머무르면서 부모님과 처음으로 떨어져 지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떤 것을 했는지 영화를 보고 알게 돼서 많이 벅차셨다고 하더라.”
-데뷔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처음으로 관심을 많이 받으니 책임감이 든다. 캐스팅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서 배역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고, 작품 공개 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니 말과 행동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캐스팅된 당시를 회상한다면. “그날 결과가 나올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녁때까지 연락이 안 와서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로 빵을 먹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감독님이 ‘너 지금 뭐 하고 있니?’라고 물어보셔서 ‘빵 먹고 있다’고 답했다. 감독님이 ‘잘하고 있어. 빵 먹으면서 집에서 안전하게 잘 있어’라고 하면서 통화가 끝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이후 회사를 통해 감독님이 대본 준다고 오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믿기지 않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빵을 다 떨어뜨렸다.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더라.” -첫 촬영 장면 기억나는가. “감독님의 배려로 거의 순서대로 촬영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첫 촬영 장면이었다. 피를 다 뒤집어쓰고 현장에서 왼쪽 머리도 살짝 반삭으로 밀었었다. 그 상태로 첫 장면을 들어갔고, 그 순간이 온전히 소녀로서의 시작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데뷔작인데 등장부터 강렬하다. 피 분장을 한 본인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촬영하면서부터도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피 분장이 도움됐다. 소녀로서 몰입할 수 있는 외형적인 모습이 도움이 됐었고, 보면서도 저런 효과들로 인해 소녀의 이미지가 강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오히려 좋았다. 처음 분장을 하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것도 소녀의 일부여서 기분 좋게 했다.”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 후기는. “일단 감독님이 하는 작업이 나의 첫 영화 작업이기도 하다 보니 기회를 준 감사한 사람이자 길잡이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영화 촬영 내내 의지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현장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박훈정 감독이 연기 가이드라인을 잡아준 것이 있나. “감독님께서 소녀는 최대한 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표정하고 모든 것이 비어 있는 소녀를 위해 ‘더 덜어도 돼’, ‘더 비워도 돼’라는 말을 해줬다. 스스로 비우고 지우는 작업을 많이 했다.”
-표현에 제한이 걸리면 연기자 입장에서는 더 어려웠을 것 같다. “평상시 나는 표현을 잘하는 편이다. 소녀의 경우에는 감정표현이 전혀 없다 보니 나를 비우고 지우는 과정들이 초반에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것을 조율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찾아져서 다행이었다.” -박은빈, 성유빈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나와 박은빈, 성유빈의 관계가 실제 소녀, 경희, 대길 관계와 비슷했다. 세상이 처음인 소녀처럼 나도 현장은 처음이라 다 어색하고 몰랐는데 박은빈이 다 챙겨주고 하나하나 도와줬다. 성유빈은 순서대로 찍으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런 것들이 영화에서도 보이더라. 내가 긴장하고 있으면 재미있는 농담도 던져주고 ‘하고 싶은 거 다 도전해봐라. 나는 준비가 돼 있다’고 해줬다. 너무 든든했다.”
-김다미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언니가 조언도 많이 해줬다. 그런데 존재 자체가 든든했다.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시아야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다. 그 순간 내가 위로를 많이 받았고, 전작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선배가 그런 말을 해줬다는 것이 용기가 됐다. 책임감을 가지고 소녀를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그것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생각은 없었다. 고등학교 설 때쯤 가족들과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그날 봤던 뮤지컬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뮤지컬에 매료돼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4~5번을 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빠지고, 이후에 연극에도 빠졌다. 2년 동안 일주일에 4편은 봤던 것 같다. 그러면서 확신이 생겼다. 공연의 일부가 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생업으로 이 직업을 삼고 올인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부모님께 말씀을 처음 드렸다. 이후에 허락을 받아 연극영화과를 진학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마음을 먹고 25세에 데뷔했다. 꿈이 빨리 이루어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빠르고 느림의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빠르다고 생각하면 빠를 수 있고, 어린 시절부터 연기했던 사람들이 보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 모토가 ‘열심히 하자’다. 주변에서 ‘열심히 하면 오히려 하려던 것도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열심히 하는 거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것이 이루어진 거라 느림, 빠름보다는 열심히 달려온 것에 대한 결실을 이루는 느낌이라 감사하고 기쁘다.”
-연기하면서 자극됐던 것이 있나. “현장이 처음이다 보니 작은 요소들마저도 다 자극이었고, 현장에 있는 매 순간이 자극이었다. 한순간도 자극을 받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소녀로서 감정의 동요가 오는 장면에서 소녀의 마음과 내 마음이 일치됐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환경에 의해 그런 감정이 나왔는데, 경희, 대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그 감정에 녹아있어서 자극이 됐다.”
-‘마녀2’로 듣고 싶은 평가가 있나. “가장 바라는 것은 배우 신시아에 대한 이야기보다 소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듣고 싶다. 소녀가 관객들에게 잘 닿아서 기억에 남고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마녀2’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배우의 시작을 함께 하는 선물 같은 기회다.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작품이다. 감사하고 선물 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