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허구연 KBO 총재, 염경엽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기술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연기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9월 10∼2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기로 한 19회 하계 AG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영향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며 항저우에서 180㎞ 떨어진 상하이를 한 달 넘도록 봉쇄하고 있다. 향후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내년 9월 AG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갑작스러운 대회 연기 결정에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과 황선홍 23세 이하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두 종목은 선수 출전 연령 제한이 있다. AG 남자 축구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고, 와일드카드로 3명을 선발할 수 있다. 대회가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경우 예선전을 거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이 제한을 24세로 올려줬다. 다만 AG 축구의 경우 예선전이 따로 없어 나이 제한도 1년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AG 야구는 나이 제한이 없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항저우 대표팀을 '만 24세·3년 차 이하'를 기준으로 정했다. 현행대로라면 축구 조영욱(FC서울)과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 야구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고우석(LG 트윈스) 등이 나이 제한에 걸린다. 특히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몇몇 선수들은 셀프 홍보를 통해 대표팀 합류 의지를 강하게 밝히기도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은 더 허탈하다. 오는 9월 AG를 목표로 컨디션을 맞춰왔는데, 대회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상의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을 뽑으려면 출전권을 무효 처리하고, 종목마다 다시 선발전을 열 가능성이 크다. 또한 내년으로 예정된 파리 올림픽 예선전과 아시아 선수권 등 다른 대회와 일정이 일부 겹칠 수도 있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반면 탁구 신유빈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잡았다. 손목 부상으로 재활 치료 중인 그는 AG 대표 선발전 출전을 포기했지만, 출전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게 됐다. 부상을 입거나 아쉽게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재도전의 장이 마련된다.
구기 종목에서는 AG 연기를 반가워하는 구단도 있다. AG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프로야구 일부 구단은 핵심 선수를 대표팀에 내주고 리그 일정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AG 출전을 목표로 했던 선수들은 좌절하겠지만, 감독으로선 전력 누출을 피하게 돼 나쁘지 않다"라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