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대폭 완화로 '집콕' 트렌드가 사라지면서 올해 TV 출하량이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전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189만8000대 줄어든 2억1163만9000대로 추정된다. 2억1000만대를 기록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이 4726만대로 전 분기 대비 20% 감소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오미크론 확산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임 인상을 야기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도 심화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가처분 소득이 제한된 소비자들은 비필수품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TV 브랜드의 대규모 프로모션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부서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TV 시장 연간 성장률이 1% 불과하며, 추가적인 하향 위험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TV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1분기 TV 출하량은 1090만대로 전 분기 대비 3.1% 줄었다. LG전자는 653만대로 전 분기 대비 11.8% 감소했다.
이에 두 회사는 지난 3월 말 패널 구매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구매량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7.5%, 9.5% 하향 조정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의 2분기 구매량 감소폭은 2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위축에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카타르 월드컵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OLED TV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23% 성장한 8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전체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12.8%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1500달러(약 189만 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OLED TV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이에 국내 가전 투톱은 OLED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주력인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에 더해 지난달 북미와 유럽에 OLED TV를 내놨다. 60%가 넘는 점유율로 OLED TV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 중인 LG전자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세계 최소 42형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