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해왔던 이야기지만,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이 고집하는 빌드업(build-up·패스워크 위주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 전술은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선 활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수준 높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여러 가지 전술이 필수적이다.”
한국 축구 레전드 안정환(46) 해설위원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한 축구대표팀 후배들을 응원하면서도 ‘이대로는 힘들 수 있다’며 쓴 소리를 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세 차례(2002·06·10) 밟은 경험에서 우려나온 충언이다.
안 위원은 지난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안정환 19’를 통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만날 H조 상대팀(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 전력을 분석한 영상을 공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한국은 오는 11월24일에 우루과이(13위)와 본선 H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이후 28일에 가나(60위), 12월 3일에 포르투갈(8위)를 잇달아 상대한다.
안 위원은 벤투호 전술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빌드업 전술이 무조건 먹힌다. 상대팀에 비해 한국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 언급한 그는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어렵다. 우루과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정상적인 빌드업이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위원의 우려는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와 상대할 나라들이 볼 키핑 능력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앞선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빌드업 위주의 경기 방식을 유지하려면 볼 점유율 싸움에서 앞서야 한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볼 점유율을 포기하는 대신 역습 위주의 많이 뛰는 축구로 경쟁해왔다.
벤투호 전술·전략과 관련해 ‘플랜B’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술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보니 상대가 강하게 압박할 때, 또는 밀집수비로 버틸 때 고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전자의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안 위원은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전술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이 전술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꼽았다. 안 위원은 “중앙미드필더를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뛴다. 남미 팀답지 않게 조직력이 잘 다져진 특징도 있다”면서 “움직임이 좋은 다르윈 누네스(22·벤피카)가 우리 수비수들을 괴롭히고, 베테랑 루이스 수아레스(3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에딘손 카바니(3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나란히 투톱으로 나서면 무서울 것이다. (전성기를 넘겼어도) 축구에서 이름값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6강행 분수령으로 꼽은 경기는 가나와 2차전이다. “아프리카 팀은 독특하다. 분석하기 까다롭다. (귀화 준비 중인) 이중국적 선수들이 가나대표팀에 합류할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그는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든 가나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개인 능력이 좋은 만큼 조직력으로 깨야한다. 1차전 상대로 만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안 위원은 “후배들에게 어려운 주문이 될 수 있지만, 16강 진출로 만족해선 곤란하다. H조 1위로 올라가야 한다”면서 “1위가 아니라면 16강에서 매우 높은 확률로 브라질을 만날 수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을 생각하는 팀”이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