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저마다 초저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반 마트보다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유통 채널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GS25는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실속 픽' 시리즈 2탄으로 전국 최저가 수준의 계란·쌀을 선보인다고 13일 밝혔다.
‘실속 픽 계란’ 상품은 12구 대란으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3900원(구당 325원)이다. ‘실속 픽 쌀’ 상품은 충청남도 당진의 상등미 4kg으로 가격은 9900원(100g당 247원)이다.
해당 상품들은 전국 최저가 수준을 자랑하며, 우선 각각 5만 개 한정으로 판매된다.
GS25는 지난달 편의점 대표 먹거리 김밥에 대해 가격은 낮추고, 양은 증량한 ‘실속 픽 김밥’ 3종을 선보였다. 해당 김밥 상품은 GS25 전용 앱인 ‘나만의 냉장고’ 예약 판매에서 3일 만에 완판 행렬을 기록하는 등 출시 2주 만에 50만 개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GS25는 물가 안정을 위한 '실속 픽' 시리즈 출시 외에도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약 8일간 GS리테일 대표 한우 브랜드인 ‘우월한우’ 소고기를 50% 할인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사전예약 행사와 점포 판매도 함께 진행한다. CU는 12일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손잡고 ‘2000원대 초저가 도시락’ 2종을 출시했다. 글로벌 원자재 대란과 공급망 병목으로 물가 전반이 상승한 가운데, 원자재 대량 매입과 조리 공정 최소화로 가성비 높은 고품질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CU가 선보인 도시락은 각각 ‘청양 어묵 덮밥’과 ‘소시지 김치 덮밥’이며 판매가는 2900원이다. 이는 현재 일선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 가운데 최저가다.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 평균가는 4500원이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운영난에 빠진 교내 학생식당들이 운영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20~30%가량 인상하면서 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커졌다. 올해 초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구내식당 메뉴 가격도 3000~5000원대로 비싸졌다. 저가 외식품목으로 고시촌 학생들이 즐겨 찾는 ‘노량진 컵밥’조차 올 초 3500원으로 올랐다.
업계는 편의점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상품들을 잇달아 내놓는 이유로 '편의점 장보기' 문화가 확산하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의점은 유통 채널 중 접근성과 짧은 동선, 간편한 결제 등의 편의성을 제공함에도 대형마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인식으로 긴급하게 필요한 상품이나 소량의 상품만 구매하는 채널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으로 향하며 생필품 및 식재료 상품들의 매입 규모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중간 유통 비용 및 광고비 등의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마진율도 낮출 수 있는 것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유통업체 간 '가격 경쟁'도 편의점이 최저가 상품을 내놓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커머스와 대형마트에 밀릴 수 없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 저가 전략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주로 쓰던 마케팅 수단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량, 근거리 소비가 확대되자 편의점 업계에서도 이를 시도하고 나섰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편의점 식품을 서민 밥상의 대안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