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지난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2(25-22, 22-25, 24-26, 25-19, 23-21)로 꺾고 2년 연속 통합 우승했다. 2016~17시즌부터 5시즌 연속(2019~2020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 미개최) 챔프전에 진출해 세 차례 정상에 등극한 대한항공은 '왕조'를 건설했다.
챔프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수부였다. 이날 경기 소요 시간은 총 177분이었다. 2005년 V리그 출범 후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합해 가장 긴 경기였다. 종전 기록 158분(2017년 11월 2일 한국전력-대한항공)을 훌쩍 넘겼다.
KB손해보험이 '말리 특급' 노우모리 케이타를 앞세워 우승 도전에 나섰다면, 대한항공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3세트까지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대한항공은 4세트를 따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5세트 13-14로 뒤져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설상가상으로 KB손해보험 케이타의 스파이크 서브에 대한항공의 리시브가 흔들렸다. 링컨 윌리엄스가 벤치까지 뛰어가 어렵게 공을 띄워놓자, 정지석이 이를 백어택 득점으로 연결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집중력과 결정력이 돋보였다. 결국 21-21에서 케이타의 서브 범실이 나왔다. 이어 케이타의 백어택을 곽승석이 가로막으면서 포효했다.
링컨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총 13표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트리플 크라운(서브 에이스, 백어택, 블로킹 각 3개 이상씩)을 달성한 정지석(10표)과 1차전 15점을 포함해 궂은일을 도맡는 곽승석(7표)도 많은 표를 획득했다.
토미 틸리카이넨(35) 대한항공 감독은 부임 첫 시즌 대한항공의 고공비행을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구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새 사령탑을 영입했다. 1985년생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선수와 유광우(이상 37)보다 젊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평소에는 편하게 소통하면서도 훈련 때는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었다. 두꺼운 선수층을 잘 활용, 최고의 전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도 통합 우승의 길을 닦았다.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구단주인 대한항공은 선수단 구성과 훈련 환경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선수와 정지석, 곽승석, 임동혁 등 국가대표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있다. 챔피언결정 3차전을 관전한 조 구단주는 대한항공이 승부처에서 득점할 때마다 큰 액션으로 환호하고 기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한항공은 두꺼운 선수층을 갖춘 최고의 팀이다. 통합우승을 달성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