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정부의 외식 가격 공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가격 공표 4주차를 맞았지만, 매주 3~7개의 업체가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 공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워낙 적고, 전반적으로 식자재값이 오르고 있어 정부 통제만으로 가격을 억누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공표에도 가격 인상 릴레이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죽·김밥·햄버거·치킨·떡볶이 등 12개 품목의 주요 프랜차이즈별 가격을 매주 농산물유통정보와 The외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연말·연초를 틈타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외식 업체들이 가격을 얼마나 올리는지 철저히 감시해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 공표의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가격 공표 첫 주인 2월 셋째 주 62개 브랜드 중 6개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둘째 주에는 5개, 셋째 주에는 7개의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공개 한 달째인 지난 16일에도 3개 브랜드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외식 물가 공개 이후 지금까지 전체 브랜드의 3분 1가량이 가격을 올린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죽 프랜차이즈 본죽의 쇠고기버섯죽의 경우 9000원에서 9500원으로 종전 대비 5.6% 비싸졌다. 죽 프랜차이즈 죽이야기의 불낙죽순한맛은 1만원에서 1만1500원으로 15.0%, 한우야채죽은 9000원에서 1만원으로 11.1% 높아졌다.
맥도날드도 첫 주 빅맥 등의 가격을 1.1% 올리기 시작해 둘째 주 0.8% 재차 인상해 총 1.9%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빅맥 가격은 5300원에서 5400원이 됐다.
치킨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달 굽네치킨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 멕시카나가 뒤따랐다. 굽네치킨의 굽네오리지널은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6.7%, 멕시카나의 후라이드치킨은 1만6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6.3%, 까르보불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0.6% 뛰었다.
떡볶이도 마찬가지다. 죠스떡볶이의 떡볶이 값이 3000원에서 3500원이 됐다. 신참떡볶이의떡볶이값도 3500원에서 4000원으로 바뀌었다.
피자값도 줄인상 됐다. 올해 1월 도미노피자, 피자마루, 지난달 59피자, 피자알볼로에 이어 이달엔 피자헛이 가격에 손을 댔다. 전반적으로 피자 가격이 한 판당 1000~2000원 올랐다. 한촌설렁탕의 설렁탕은 지난달 9000원에서 9500원으로 5.6% 비싸졌다.
조회 수 300건에 그쳐…소비자 관심 '뚝'
업체들이 정부의 견제에도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식자재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의 지난 15일 기준 식당에서 주로 쓰는 식재료의 가격은 최근 5년간 평균 가격보다 12% 올랐다.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6.7%의 두 배에 육박한다.
특히 주요 30개 품목 중 24개의 가격이 올랐다. 시금치가 69%로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다. 풋고추(54%)와 깻잎(49%), 김치(배추 12%) 등도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 중이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난 여파로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물류난과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식자재 품귀현상이 더해지면서 수급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가격 인상 발표를 확인하는 소비자들도 많지 않다 보니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신경 쓰지 않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주 외식 가격을 공표하는 농산물유통정보의 홈페이지를 보면 처음 공개된 2월 3주차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 자료 게시글은 2700회 이상 조회됐지만, 이후 공개된 자료들 조회 수는 300~400회에 그치고 있다.
특히 3월 1주 가격 동향 자료의 글의 조회 수는 이날 기준 309회에 그쳤다. 가격 공표가 업체 견제 수단으로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을 공개해도 보는 사람이 적다 보니 눈치를 덜 보고 된다"며 "애초 원재료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정부가 통제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가격 공표를 이용객이 적은 농산물유통정보와 The외식 사이트에 국한하지 말고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