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다시 시작한다. 새로운 대표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바꿔, '신뢰도 추락'이라는 카카오페이의 이미지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2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진행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후속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 출신의 신 내정자는 카카오페이가 출범하고 유가증권시장에 오를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한 CEO에 이은 두 번째 수장이 된다.
동시에 연초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장은 물론 사내 임직원 사이에서도 신뢰도가 추락한 카카오페이를 살려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에 신 내정자는 카카오페이를 본격적으로 이끌기 전 올해 사업 방향을 ‘백 투더베이직’으로 잡았다. 초심을 올해의 모토로 삼고, 신뢰 쌓기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신 내정자는 "많은 논의와 성찰이 있었다"며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수익 전부를 회사 주식 매입에 활용하고 대표로 있는 임기 동안 보유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그는 조직부터 손을 댔다. IT 기업 특성상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이 구성돼 동일 직군이어도 소통할 기회가 적다는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 힘썼다.
이에 기존 직군별 의사결정을 진행했던 '직군위원회'를 '협의체'로 바꿨다. 또 직군 기반으로 구성된 기존 목적 조직에 더해 동일 직무나 직렬단위로 구성된 '길드 조직'을 만들어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의 직무역량을 강화해 성장을 돕도록 했다. 또 사용자 서비스 경험을 향상해주는 UX 디자인실과 데이터실을 신설했다.
임직원의 복지도 신경을 썼다. 이달부터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제’를 도입하고 7월부터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최대 3억원의 대출에 대해 이자비용 지원, 임직원에게 주어지는 카카오페이 포인트 인상, 식대 인상 등 임금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복지 역시 강화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조직 개편 이전에 신 내정자가 사내 소통 창구도 만들었다"고 했다. 임직원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신 내정자가 직접 임직원 질문에 24시간 내 답변하는 채널을 만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접 답변을 하기도 하고 담당 부서의 도움을 받아 답을 주기도 한다"며 "2월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내정자가 떨어진 카카오페이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내부 소통'부터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다음은 '먹튀 논란'으로 꺾인 날개를 다시 붙이는 일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기업공개 후 9만원의 공모가가 한때 23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류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8일 5000원의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 23만주를 20만4000원에 매각했고 약 469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카카오페이는 지금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27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는데, 여기에는 류 전 대표 등 경영진 8인의 스톡옵션 행사와 주식 보상 비용 등이 영업 비용에 포함된 이유가 컸다.
주가 역시 지난 2월 초 12만6500원까지 내려앉았고, 이날 기준 14만원대로 소폭 오른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신 내정자는 전임 CEO 이슈를 수습하고 새로운 사업과 성장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안착과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손해보험사의 성공적 출범이 직면한 과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책임론에 대해 응답해왔으니, 이제는 증권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페이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해 나갈지 탄탄한 전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