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최원준이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최원준(28·두산 베어스)은 지난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내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9경기에서 158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12승 4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10승도 달성하면서 두산 선발진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연봉 계약에서는 투수 재계약 대상자 최고 연봉인 3억4000만원(인상률 112.5%)에 사인했다. 그는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던 베테랑 장원준과 유희관이 모두 떠난 두산 선발진의 명실상부한 리더가 됐다.
달라진 입지에도 최원준은 겸손했다. 2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그는 "선발이 보장된 게 아니다. 박신지나 다른 후배들의 투구가 너무 좋다. 감독님도 좋은 투수에게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다. 안 좋으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발 세 명(최원준-이영하-곽빈)이 긴장하고 잘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난 아직 장원준 형처럼 증명한 게 아니다.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유)희관이 형이 현역 시절 내가 힘들 때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막혔을 때 많이 조언해줬다. 형이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는 걸 실감한다. 8년 동안 (10승을) 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그런 기록은 내가 이루기엔 너무 멀리 있다. 선발로 뛴다면 규정 이닝을 계속 채우고 싶은 욕심 정도만 있다"고 전했다.
3년 연속 10승에 도전하는 올해는 새 스트라이크존이라는 호재가 있다. 상하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직구 승부를 즐기는 최원준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는 "확실히 넓어진 것 같다. 난 높은 공을 의도적으로 많이 던지는 투수인 만큼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최원준이 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 도중 선동열 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주 무기 슬라이더도 발전을 꾀하고 있다. 최원준은 1일 불펜 피칭 과정에서 캠프를 방문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슬라이더 그립을 전수 받았다. 선 전 감독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슬라이더를 구사했던 '달인'이다. 최원준은 "선동열 감독님께 슬라이더 그립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감독님께서 던지는 요령을 알려주시면서 어느 손가락에 힘을 많이 줘야 하는지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슬라이더는 10승 투수 최원준을 만든 주 무기다. 정재훈 투수 코치는 최원준의 슬라이더에 대해 "지난해에 이미 원숙해졌다. 공을 존에서 넣었다 빼는 건 물론 높낮이도 원하는 대로 조절한다. 스윙 유도까지 잘 되는 '자기 구종'으로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그런데도 가르침을 구한 건 더 완벽한 제구를 꿈꾸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빠지는 공(슬라이더)이 많았는데 새로 배운 대로 던지니 투구 각이 좋아졌다. 빠지는 공도 없어질 거라 하셨다. 새 그립으로 연습해보려 한다"고 기대했다.
어느덧 투수조 중고참이 된 최원준은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되고 있다. 최원준의 '1픽' 후배는 최승용이다. 그는 "승용이가 던지는 걸 보면서 김태형 감독님이 정말 좋다고 하시더라. 내가 봐도 정말 좋은 거 같다"며 "직구는 물론 변화구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어 "요새는 승용이한테 공이 좋다고 칭찬하면서 '곽빈이 너 때문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못 나가겠다'고 농담하기도 한다"며 "둘 다 잘해서 대표팀에 같이 승선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