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안희수 기자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강릉시청)'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컬링 열풍을 일으켰다.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시작한 동네 친구들이 올림피언, 메달리스트로 성장한 과정이 묵직한 감동을 줬다. 특히 안경을 쓴 채 무표정으로 경기를 리드하는 스킵 김은정의 카리스마가 화제였다.
팀 킴은 평창 대회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은 대한컬링연맹 회장 일가로부터 인권 침해와 갑질 피해를 본 사실을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는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컸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에는 소속팀이었던 경북체육회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은정이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성적도 떨어졌다.
2020년 11월부터 전열을 정비했다. 김은정이 돌아왔고,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이듬해 3월 강릉시청에 새 둥지를 트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올림픽 자격대회(OQE)에서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은 실패했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예선 최종전에서 4-8로 패했다. 예선 전적 4승 5패. 이겼다면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팀 킴 선수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김은정이 가장 서럽게 울었다. 퍼스트 김선영은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올려 눈을 가리기도 했다.
김은정은 "경기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매 순간 집중했어야 했는데 스스로 무너졌다"라며 자책했다. 이어 "팀 킴이 어떤 팀이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팀원들을 더 몰아붙이기도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라고 했다.
팀 킴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전했다. 평창 대회보다 샷의 정확도와 경기 운영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은정은 10개국 스킵 중 두 번째로 높은 샷 성공률(79.7%)을 기록하기도 했다. 14일 열린 한일전도 승리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차지한 영국을 이기기도 했다.
팀 킴은 컬링을 향한 관심이 식을까 우려했다. 김은정은 "평창 올림픽 이후 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열기가 더 이어지길 바랐지만, 이후 급격하게 식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많은 분에게 컬링을 알리고 싶다. 그런 마음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하는 김은정의 표정은 매우 비장했다.
김은정은 평창 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린 '강릉컬링센터'가 새로운 컬링 메카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많은 분이 컬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 킴은 다시 뛴다. 바로 내달 열리는 세계선수권 준비에 돌입한다. 4년 후 밀라노 올림픽 출전도 겨냥한다. 팀 막내 김초희는 "우리는 앞으로도 쭉 컬링을 할 것이다. 다시 도전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