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노래하고 싶어 모인 네 사람이 어느새 20년째 동료로 때로는 가족 같은 사이로 지내오고 있다.
탄탄한 가창력에 작사, 작곡 능력이 탁월해 부침 심한 연예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해오고 있다. 보컬 그룹 노을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무려 2002년 12월 스무살 안팎의 청년들이 ‘붙잡고도’라는 노래를 들고나와 ‘전부 너였다’, ‘그리워 그리워’, ‘하지 못한 말’, ‘청혼’ 등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로 20년째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음악 프로젝트 ‘말하는’의 첫 주자로 나와 지난 10일 ‘잊을 수 있을까’를 발매했다. 이 노래는 발매 직후 음원사이트 지니뮤직, 벅스 등에서 1위에 올랐고 다른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노을은 20년째에도 ‘믿고 듣는 노을표 발라드’의 위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노을 멤버들은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가수를 준비했을 때만 해도 20년간 활동할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계속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운이 좋았다”는 리더 이상곤은 “네 명은 서로 알았던 사이도 아니고 오디션으로 만났다. 한 사람(박진영)이 뽑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네 사람이 모여 20년간 같이 할 수 있다는 건 운이 좋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을은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프로듀서의 손에서 탄생했다. 당시 SK텔레콤의 모바일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June)을 통해 데뷔했다. 노을 앞에는 ‘세계 최초 모바일 그룹’이라는 수식어라 붙으며 화제가 됐다.
멤버들은 데뷔 후 멤버 교체 없이 긴 세월을 함께한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 이상곤은 “멤버 변화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는 개인적으로나 팀으로서나 자부심이 있다. 지금까지는 20년의 기록이지만 앞으로 하루하루 그 기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성호는 군 복무 등으로 보낸 5년간의 공백기였던 시기에 대해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에 공백을 겪고 넷이 다시 뭉치고 활동하면서 조금 더 끈끈한 게 생겼다”고 했다. 멤버들이 꼽는 20년 활동의 원동력은 음악과 팬이다. 강균성은 “노을이 표현하는 음악, 바라보는 방향이 잘 맞는다. 우리를 사랑하는 팬들이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간혹 공연하다 멤버들이 가사를 잊어버려도 팬들이 다 기억한다”며 웃었다.
전우성은 “활동하면서 대중에 알려진 노래도 점차 늘었는데 많은 분과 추억을 공유하는 느낌이다. 믿고 듣는 노을이란 의미의 ‘믿듣 노을’ 댓글을 종종 봤는데 그만큼 편하게, 또 호감 가지고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노을은 코로나 팬데믹의 어려움 속에도 지난해 연말부터 서울 수원 부산 대전 등 전국을 돌며 팬들과 만났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막을 올리려던 공연이 코로나19확산세에 일부 취소, 연기됐다. 멤버들은 지난 3개월간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마음으로 매 순간 긴장했다.
이상곤은 “약 2년 만에 공연을 시작하는 순간, 첫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런 시기에 많은 관객을 불러모아 노래한다는 게 죄송하기도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균성은 “막이 올라가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 방역 지침에 따라 함성을 지르지 못하는데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울컥했다. 어떤 날은 내가 울고 다른 날은 멤버들이 울더라”며 기억을 떠올렸다. 노을은 올해도 묵묵히 음악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매년 6월 소극장 콘서트를, 연말에는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해왔다. 올해 역시 이와 비슷하게 팬들과 만나는 게 목표다. 다양한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미니음반(EP)도고려 중이다.
나성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윤여정을 언급하며 “데뷔한 뒤 반짝 활동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부침을 이겨내고 단단하게 오랜 기간 활동하는 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노을로 함께하는 게 목표다. 오랜 기간 꾸준히 음악을 하다 보면 진심으로 노래하는 가수,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20년째 왕성히 활동 중인 멤버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특히 건강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전우성은 “멤버들 얼굴을 찬찬히 보니 많이는 안 늙었구나 싶은데 10년 더 지나면 어떨까 싶다”면서 “음악이라는 게 작업할 때 집중도가 큰 데다 에너지를 많이 쓴다. 모두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균성은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는 모두가 태양처럼 치열한 삶을 산다. 그런데 해가 저물면 햇빛이 아니라 따스한 노을이 있다. 그런 노을처럼 따뜻한 포옹을 건네는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