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맨 오른쪽)이 베이징 대회 동메달을 추가, 역대 동계올림픽 여섯 번째 메달을 얻었다. 사진=중아일보 김경록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레전드 이승훈(34)이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한국인이 됐다. 기량이 떨어졌다는 시선을 비웃으며 다시 한번 포디움에 올랐다.
이승훈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남자 결승전에서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 20점을 따내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베이징 대회는 이승훈의 네 번째 올림픽이다. 그동안 메달 5개(금 2개·은 3개)를 따냈다. 전이경, 이호석, 박승희(이상 쇼트트랙)와 개인 올림픽 최다 메달 공동 1위였다. 이날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주 종목 매스스타트에서 메달 1개를 추가하며 신기록까지 세웠다.
노련했다. 이승훈은 결승전 내내 하위권에 처진 채 레이스했다. 스프린트 포인트는 전혀 노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승전까지 3바퀴를 남겨 두고 안쪽 코스를 공략, 2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치고 나섰다.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대표팀 후배 정재원, 이 종목 강자 바트 스윙스에게 추월을 허용했지만, 눈부신 역주였다.
경기 후 이승훈은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상황이 되면 한 바퀴 반을 남기고 선두권으로 가려고 했다. 이미 바깥쪽에 선수들이 많아서, 여유 있게 기다렸다. 잘 통한 것 같다"라고 했다. 막판 스퍼트에서 부침을 보인 점에 대해서는 "준결승전에서 힘을 많이 썼다"라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대회 기간 내내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즐기겠다", "메달은 연연하지 않는다"라며. 결승전 후에도 "부담이 없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미 한국 빙속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이승훈이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기록도 후배들에 밀리며 기량 저하를 의심받았다. 이승훈은 즐기겠다는 말로 독기를 감췄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하게 운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로 보여줬다.
이승훈은 멈추지 않는다. 4년 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체초 올림픽 출전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승훈은 "4년 뒤 내가 (올림픽에) 나오면 안 되는 게 아니냐"라고 웃으면서도 "운동이 너무 재밌다. 당분간 계속할 것이다. 1년, 1년 운동하며 (다음 올림픽을) 고민해보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