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사이나항공이 인수·합병(M&A) 결론 발표를 코앞에 두고 있다. 두 항공사가 모두 작년 최대 실적을 거두며 합병 시 '시너지'가 증폭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M&A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M&A 관련 발표가 이번 주나 다음 주 초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전원회의(최고 의결 기구)를 열고 두 항공사의 합병 승인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에서는 우기홍 사장이 직접 전원회의에 참석, 운수권과 관련된 사측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정위는 합병 승인과 관련해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반납하는 등으로 독과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M&A 조건을 내걸어 왔다. 지난해 12월 말 양사 합병으로 일부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에 전달한 것이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은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18개 등 모두 65개다.
공정위는 이 중 미국 노선에서는 인천~LA·뉴욕·시애틀, 유럽 노선에서는 인천~바르셀로나, 중국 노선에서는 인천~칭다오 등 노선이 독점 노선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운수권 등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을 것"이라며 "운수권을 포기할 시, 아시아나항공의 고용 보장 약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운수권과 슬롯 반납 등으로 운항이 줄면 이에 따른 잉여 인력이 발생하고 합병 시너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그동안에도 노선을 대폭 축소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와 경쟁하겠다는 합병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두 항공사가 지난해 모두 코로나19를 딛고 '호실적'을 내놓은 상태여서 M&A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2021년 매출 8조7534억원, 영업이익 1조4644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8%, 515% 증가했다고 밝혔다. 1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으로 2016년 이후 5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4조1104억원, 영업이익 4565억원을 기록했다고 15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5.5%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201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영업이익 5690억원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공정위가 결과를 발표하면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심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2020년 11월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공정위의 결론은 지난해 6월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져 지난해 12월, 다시 올해 2월까지 연기됐다.
우리나라에 앞서 지금까지 터키,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는 승인을 마친 상태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에서 승인을 완료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취득해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2024~2025년에는 대한항공 브랜드로 합병,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가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결론이 나오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영국, 호주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