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의 시선은 이미 밀라노로 향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김경록 기자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이유빈(21)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마친 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레이스를 펼친 점은 감사한 일이지만, 가족과 스포츠팬의 응원에 부응하지 못해 아쉽다"라고 했다.
이유빈은 올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여자 1500m 세계랭킹 1위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 종목 메달 획득이 기대됐다. 하지만 16일 열린 결승전에서 2분18초825를 기록, 6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이 차지했다.
앞서 출전한 500m와 1000m에서 그는 각각 26위와 6위에 그쳤다. 마지막 개인전이자 주 종목인 1500m에서도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세계 톱랭커 수잔 슐팅(네덜란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그리고 선배 최민정과의 실력 차만 확인했다.
이유빈은 "결승전에서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전략을 썼지만, 체력이 부족했다. 앞선 준결승전도 조 편성이 늦게 나와 급하게 준비했다. 랭킹 1위가 올림픽에서 이런 성적밖에 내지 못해 죄송했다"라며 자책했다.
이유빈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올랐다. 3명까지 주어지는 개인전 티켓은 따지 못했다. 하지만 1위 심석희가 '동료 험담' 파문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면서, 갑자기 개인전을 준비하게 됐다. 베이징에 입국한 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억지로 잠을 청하는 날이 많았다. 그만큼 부담감이 컸다.
베이징 대회를 마친 이유빈은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했다. 여러 마음이 교차했겠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커 보였다. 군 복무 중인 오빠 얘기를 할 땐 울음을 터뜨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빠가 (복무 중) 훈련을 받는 힘든 상황에서 자주 연락을 해줬다. 올림픽을 보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하더라. 내가 메달을 따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고 전했다.
아직 20대 초반인 이유빈은 앞날이 창창하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는 3000m 계주에만 출전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전 결승전까지 경험했다.
이유빈의 시선도 벌써 4년 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그는 "1500m (결승전에) 서는 순간부터 다음 올림픽 출전을 바랐다. 갑자기 뛰게 된 개인전이 좋은 공부가 됐다. 선수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올림픽 무대에서 겨뤄봤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이유빈은 최민정에 대해 "언니가 (개인전 첫 종목이었던) 500m 준준결승전에서 얼음 문제로 넘어졌다. 두려워할 법도 한데 계속 노력하더니 (1500m)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했다. 1500m를 끝으로 올림픽 일정을 마친 이유빈은 "허리가 아플 정도로 늦잠자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