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이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사진=중앙일보 김경록 기자 뜨거운 눈물에서 그동안 겪은 아픔이 묻어났다. 최민정(24)의 레이스는 아름다웠다.
최민정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세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1000m 결승에서 수잔 슐팅(네덜란드)에 이어 2위로 골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기록은 1분28초44.
최민정은 현재 기량이 물이 오른 선수들과 경쟁했다. 종합 랭킹 1위 슐팅, 1000m 랭킹 2위 크리스틴 산토스, 쇼트트랙 올림픽 최대 메달(9개) 획득 선수 아리아나 폰타나 등.
스타트는 밀렸다. 4~5위권에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최민정의 레이스는 결승선을 3바퀴를 남겨두고 치고 나갔고, 선두 슐팅에 근접했다. 그사이 폰타나와 산토스가 넘어지고 말았다. 마지막 코너에서 슐팅에 바짝 붙은 그는 결승선에 스케이트날을 내밀어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불과 0.052초 차로 1위를 내줬다.
최민정은 전광판을 잠시 바라봤고, 이내 트랙 난간에 기대 울음을 터뜨렸다. 통곡했다.
최민정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다. 평창 올림픽 계주와 1500m 금메달 주인공이다. 하지만 올 시즌 그를 향한 평가가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당했다. 무대는 베이징 올림픽 무대였던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 탓에 국제대회 출전뿐 아니라 훈련도 어려웠다. 그사이 슐팅 등 경쟁자들은 성장했다. 개인적으로도 아픔을 겪었다. 국가대표 동료였던 심석희가 자신과 동료들을 험담한 사실을 드러났다. 최민정과의 레이스에서 고의로 충돌할 계획이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 어느 때보다 준비가 어려웠다. 베이징 대회에서도 시련은 이어졌다. 5일 혼성 계주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남자 주자 박장혁이 넘어지는 바람에 당면한 결과지만, 최민정도 스타트가 늦었다. 여자 500m에서도 불운이 이어졌다. 레이스 도중 넘어지고 말았다. 얼음판을 치며 분개했다.
하지만 9일 열린 3000m 계주에서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며 반등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그는 2바퀴를 남겨두고 3위로 밀렸지만, 안쪽 코스 공략으로 앞선 선수 한 명을 제치고, 2위로 골인했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올림픽 2연패를 해냈다. 3연패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계주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는 사이, 남자 동료 황대헌이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정을 황대헌을 향해 축하를 전하면서도 "나도 좋은 기운이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1000m 각오를 드러냈다.
비록 메달 색깔이 금색은 아니었지만, 쟁쟁한 선수들과의 승부에서 세계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다. 최민정의 은메달은 그래서 더 빛날 수밖에 없다.
메달 수여식 후 최민정은 "나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 (대회를) 준비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힘든 시간들이 은메달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