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시장이 다시금 들썩이고 있다. 캐스퍼 등 신차 출시 효과에 더해 세제 혜택 강화 등이 맞물려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9일 카이즈유테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9만5267대로 전년(9만6232대) 대비 965대 줄었다. 2020년에 이어 2년째 경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밑돌았다.
하지만 새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달 경차는 총 1만230대가 신규 등록돼 전년 대비 10.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소형(9520대, -1.4%) 준중형(2만7065대, -13.3%), 중형(3만747대, -15.6%), 준대형(1만8225대, -10.2%) 등이 일제히 판매량이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런 경차 시장의 상승세는 지난 9월에 출시된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이끌고 있다. 캐스퍼는 출시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구매해 큰 관심을 모았다. 판매량은 새해에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달 총 4186대 판매됐다. 국내 완성차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여기에 기아 레이도 힘을 보탰다. 3900대가 팔려 전달 대비 61.9%나 성장했다.
캐스퍼가 군불을 지핀 경차 시장은 경차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며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과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개정안에 따라 경차 유류세 환급(연간 20만원 한도) 혜택은 2023년까지 2년 연장됐다. 경차 취득세 감면 혜택은 2024년까지 75만원으로 기존보다 25만원 올랐다.
시장이 다시금 커질 기미를 보이자, 완성차 업계는 앞다퉈 경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 8일 기존 2인승 밴 모델에서 동승석 시트를 제거하고 하단에 별도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등 최대 화물 적재용량을 1628L로 확대한 '레이 1인승 밴' 모델을 출시했다.
기아 관계자는 "소규모 물류 비즈니스의 확대에 따라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높은 공간 활용성을 갖춘 레이 1인승 밴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1인 사업자 증가와 혼자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솔로 나들이족'이 느는 추세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현대차 역시 기존 2열 시트 공간을 비워 940L의 적재 용량을 구현한 '캐스퍼 밴' 모델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19년 만에 선보인 경차 캐스퍼를 필두로 다른 경차들 역시 덩달아 힘을 내는 모습"이라며 "파생 모델도 속속 출시되고 있어 올해 경차 판매량은 다시 1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