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개최국 중국은 개막(2월 4일) 3주 전부터 '폐쇄 루프(Closed Loop)'라고 지칭한 방역 체계를 가동했다.
폐쇄 루프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및 관계자들의 동선을 경기장, 선수촌, 미디어 센터, 숙소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대회 기간 이 루프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이동도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만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외국인과 자국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기자는 1월 31일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과 전세기를 타고 중국에 도착했다. 통제는 입국 관문인 서우두 국제공항부터 시작됐다. 이 시국에 유전자 증폭(PCR) 검사 등 엄격한 입국 절차를 밟는 건 일반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대회 참가자가 일반인과 다른 점은 숙소로 이동하는 경로였다. 개인 수화물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활주로 초입 야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민이 있는 공항 터미널로는 나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셔틀버스 운전석과 뒷부분 여객 좌석 사이에는 투명한 판이 설치됐다. 운전사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도 빈틈없이 밀폐됐다. 방역 택시도 마찬가지다.
이때까지는 폐쇄 루프의 범위와 정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효과도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숙소에 진입하며 펼쳐진 광경을 본 후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주변에는 2m가 넘는 철제 외벽과 개폐형 문이 설치됐다. 허용한 차량만 공안의 유도 속에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운전사는 하차 지점을 최대한 건물 앞으로 붙이기 위해 애써 좁은 공간에서 차량을 반대로 돌리려 했다. 사람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지나가던 베이징 시민이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였다.
설상 종목이 진행되는 장자커우, 썰매 종목이 열리는 옌칭으로 가기 위해서는 취재진도 철도를 타야 한다. 베이징 시민과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던 역사(칭허역)도 철저하게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조직위원회가 따로 마련한 대기실에서 승차 절차를 밟는다. 승강장도 따로 있다. 탑승 인원과 상관없이 열차의 다섯 량은 올림픽 관계자들만 이용한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도 대인 접촉을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몇몇 식당은 음식 조리부터 배달까지 로봇이 맡았다. 천장 설치된 레일로 음식을 담은 그릇이 이동했다. 칵테일을 제조하는 로봇도 있다. 각국 취재진은 앞다퉈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현장 곳곳에서 폐쇄 루프 내부와 외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방역 관리는 빈틈이 보인다.
거리두기 통제는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탑승에 제한 인원(4명)을 뒀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버스나 택시는 손님보다 중국인 운전사의 안전을 더 중시하는 눈치다. 지난 1일 하루 폐쇄 루프 안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올림픽 관계자는 6명이다. 폐쇄 루프 체계의 효과는 더 지켜볼 일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장 수용 규모의 3분의 1이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입장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관중 수용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