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드롬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수급 선수들이 경주를 펼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벨로드롬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경륜은 득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속설이 곳곳에서 깨지고 있다. 지난 2일 부산에서 펼쳐진 6경주에서 잘 드러났다. 이 경주는 결승전도 아니고 거기에다 기존 우수급 강자 김민배(23기)와 유성철(18기)의 득점이 높아 이들의 우승 경합이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딴판의 경주가 펼쳐졌다. 김민배가 공백기가 있던 임영완, 유성철 사이에서 자리를 잡으려 했으나 아무도 자리를 주지 않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김민배는 어쩔 수 없이 한 바퀴 반이라는 강수를 두며 입상을 시도했다. 결국 초주를 배정받았던 장우준(24기)이 김민배를 받아가는 형국이 되면서 쌍승식 58.5배, 삼쌍승식은 무려 289.4배라는 초고배당이 나왔다.
이 경주를 기점으로 지난 7일부터 펼쳐진 대부분 경주에서 득점순이 아닌 공백기 길었던 선수들과 기존 경주를 펼치던 선수들 간에 맞부딪치는 상황이 속출했다.
또 예전에는 강급자들은 한 수 아래의 등급에서 활약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상황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랜 공백기에 경기감각이 떨어진 탓이긴 하지만 선발급으로 강급된 이창용(11기)은 1월 7~8일 양일간 2착에 만족하며 겨우 결승진출을 이뤄냈다. 이에 반해 손주영(20기), 곽훈신(15기)은 아예 삼복승 안에 들지도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우수급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특선급에서도 통할만한 추입력을 보유한 김종력(11기)도 2, 3착에 그치며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그나마 김주동(16기), 김정태(15기)는 토요경주 2착으로 득점 우위를 통해 결승진출을 이뤄냈다. 이처럼 강급자들이 키를 쥐고 있던 예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공백기를 가졌던 선수들이 내세울 것은 강한 승부욕으로 평가된다. 윤민우(20기)는 1월 2일 창원 5경주에서 강자로 손꼽히던 박용범을 상대로 악착같이 추입력을 발휘하며 쌍승판을 뒤바꾸어 놓았다. 앞서 열린 경주에서도 이현구(16기)도 그림 같은 추입력을 발휘하며 윤민우와 같이 쌍승판을 뒤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강한 승부 의지를 보인다면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김순규 전문가는 “예전과는 너무도 다른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경륜 판도다. 득점도 출주 간격도 모두 믿을 것이 못 되는 이런 혼전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배당판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별로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과 승부의지, 훈련량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백기가 길었던 선수 중 강급자라 하더라도 맹신은 금물이다. 오히려 인터뷰 등을 참고해 어떤 선수가 꾸준한 훈련량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필히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