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정부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방지를 위한 장치 도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차단해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에서다. IT 업계는 과도한 규제가 성장 날개를 꺾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갑질 규제 가시권
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이 오는 6일 행정예고된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6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 근절과 디지털 공정 경제 실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비대면 거래의 증가로 오픈마켓·배달 앱 등 플랫폼이 모든 산업 분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입점 업체에 판촉 비용을 떠넘기거나 하자 있는 제품 배송의 책임을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에 "온라인 플랫폼 간 나타날 수 있는 경쟁 제한 행위 등을 규정한 심사지침"이라며 "기존의 시장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서술한 뒤 시장 획정·지배력 평가·경쟁 제한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후규제라 어떤 행위가 일어났을 때 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이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제시하는 것"이라며 "행정예고 이후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확정한다.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플랫폼-입점 업체' '소비자 보호' '독과점 예방' 등 3가지 관점으로 플랫폼 시장 공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독과점 예방에 해당하는 것이 이번에 공개되는 심사지침이다.
이중 핵심은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이다. 작년 1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법 적용 대상은 매출액 100억원 이상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 또는 판매금액 1000억원 이상 범위에서 시행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다. 네이버·카카오·쿠팡·우아한형제들·야놀자·구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분쟁 예방을 위해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부여하고, 주요 항목은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으로 지정했다.
계약이 변경되거나 서비스가 제한·중지되면 해당 내용과 사유를 미리 통보하도록 했다. 표준계약서 작성과 공정거래 협약 등으로 자발적 상생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도 구축했다.
플랫폼 혁신 저해를 방지하면서 법 위반 억지력이 확보되도록 형벌은 최소한으로 규정하고 과징금 부과 기준은 강화했다. 사업자가 먼저 피해보상이나 상생안을 제시하는 동의의결제도 도입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플랫폼이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과 혁신의 싹을 자르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게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IT 업계 "명확한 실태조사 없이 무리하게 추진"
온플법 입법을 부추긴 플랫폼 갑질 논란 중심에는 양대 포털이 있다.
카카오는 작년 하반기 택시 호출 1위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과 기습 요금 인상 시도로 뭇매를 맞았다. 여론이 악화하자 카카오는 플랫폼 파트너를 위해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 조성을 약속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공동체별로 상생기금을 분담해 경영계획에 반영했으며, 각 사별로 현재 진행 중인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올해부터 집행을 시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네이버쇼핑 역시 온라인 쇼핑 거래량 증가에 원산지 표시법 위반 사례도 해마다 늘고 있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가 현실화하자 IT 업계는 온플법을 '디지털경제 성장 멈춤법'으로 정의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등 디지털경제연합 소속 7개 협단체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내고 "플랫폼에 대한 규제 도입의 배경에는 억측과 주장만이 있을 뿐, 규제의 정합성·소비자 후생 저하·중소상공인 피해 영향 등 어느 것 하나 명확한 실태조사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플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