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익수 감독(왼쪽)과 강원 최용수 감독. 잠실=정시종 기자 “FC서울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승부의 세계는 치열하다. 결과를 놓고 경쟁한다. 반드시 이기고 싶다.”
지난 18일 강원도청 브리핑실에서 서울과 맞대결에 대한 최용수(48) 강원FC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중 일부분이다.
28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1시즌 K리그1(1부) 강원과 서울의 맞대결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최용수 더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서 많은 커리어를 쌓았던 최 감독이 1년 4개월 만 감독 복귀전에서 친정팀 서울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경기 전부터 최 감독은 “서울과 경기서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섭씨 영상 10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6375명이 경기장을 찾을 만큼 뜨거웠던 열기였다. 그러나 경기 휘슬이 불기 직전 그라운드에서 만난 양 팀 감독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최 감독과 안익수(56) 서울 감독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서로를 반갑게 맞았다. 최 감독은 90도 인사를 했다.
최 감독이 상대한 안 감독은 지도자 선배다. 둘의 인연은 2010년에 시작됐다. 최 감독은 2006년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뒤 서울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1999년 천안 일화 천마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안 감독은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2010년 서울의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둘은 2010년 넬루 빙가다 휘하에서 서울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최 감독은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며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리그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FA(축구협회)컵 우승 등의 성과를 보였다. 중국 장쑤 쑤닝을 거쳐 2018년 강등 위기의 서울에 복귀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거친 후 팀을 1부에 잔류시키기도 했다.
안 감독은 2011년부터 부산 아이파크와 성남 일화 천마, 20세 이하(U-20) 대표팀, 선문대학교를 거쳐 올 시즌 중 9월 서울 감독으로 돌아왔다. 서울은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안 감독 부임 후 5승 4무 1패의 성적을 거둬 상승세를 탔다.
한솥밥을 먹었던 둘은 여러 스토리 끝에 만난 그라운드에서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 결과로 서울은 리그 9위로 1부 잔류를 확정했고, 강등은 자동 강등은 면한 채 리그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한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막내 코치 시절 안 감독님께 지도자로서 가야 할 철학 등을 배웠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조언을 해주셨다”라며 “(경기 전에)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옛날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위치에 있지만, 지도자들 간에 서로 대화를 하면서 주고받는 애로사항과 정도 있다. 그렇게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는 현장이 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어차피 우승은 한 팀만 한다. 지도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