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입장문. IBK기업은행 인스타그램 캡처 IBK기업은행의 일 처리는 너무나도 엉성하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2일 밤 "팀을 무단 이탈한 조송화에 대해 한국배구연맹 임의해지 규정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11월 22일자로 임의해지 등록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선수 생명이 걸린 중요 사안을 공식 보도자료가 아닌 구단 인스타그램에 은근슬쩍 올려놓고 말았다.
그런데 하루 만에 망신살이 뻗쳤다. 한국배구연맹이 IBK기업은행이 제출한 조송화에 대한 임의해지 공문을 반려했다. 연맹은 "선수(조송화)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아, 임의해지 신청서류가 미비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구단이 임의탈퇴를 결정하면 구단의 허가 없이는 복귀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면서 임의탈퇴 제도는 임의해지로 바뀌었다. 구단의 강력한 징계 수단으로 활용된 임의 탈퇴와 달리 임의해지는 구단이 아닌 선수의 신청으로 이뤄진다.
국책은행이 서류 미비로 거절당하는 촌극이 발생했다. 바뀐 규약을 몰랐거나,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다. 구단은 "임의해지는 구두로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 이후 조송화가 번복해 서면 신청 작성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동안 IBK기업은행 내 곪았던 내부 문제가 계속 터져나오고, 이에 따라 여론에 등 떠밀려 부랴부랴 임의해지를 발표하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그동안 구단이 감싸온 선수(조송화)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감독 대행으로 23일 흥국생명전을 지휘한 김사니 IBK기업은행 코치. 한국배구연맹 김사니 감독대행의 거취를 두고서도 갈팡질팡한다.
구단은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 경질을 발표한 지난 21일 "김사니 코치에 대해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라고 밝혔다. 이미 서남원 감독과 불화로 무책임하게 팀을 떠난 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기로 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다음날(22일) "신임 감독이 선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가 잔여시즌을 맡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흥국생명전이 진행된 23일 현장에서 이야기는 또 달랐다. 구단 관계자는 "(김사니 감독대행이) 경기 전 방송 인터뷰에서 새 감독이 선임되면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가 경기 종료 후 "김 대행이 얘기했던 사퇴는 '감독대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이지 팀을 떠난다는 게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결정권을 쥔 구단이 전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IBK기업은행 팬들은 구단 내홍에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