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포스트시즌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1사 2루 김현수의 내야타구가 투수 맞고 굴절되자 유격수 김재호가 놓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11.05/ 두산 베어스 김재호(36)의 최대 강점은 물 흐르는 듯한 '수비'다. 까다로운 타구도 빠른 판단과 강한 어깨로 매끄럽게 처리한다. 그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두산 내야수 안재석은 "김재호 선배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내야수 경쟁자인 박계범은 "김재호 선배는 풋워크뿐 아니라 핸들링까지 잘하더라. 다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하는 후배들은 그가 우상이라고 한다.
2021년 가을, 김재호의 수비는 견고함을 잃었다. 김재호는 14일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며 경기 출전 횟수(89경기)가 적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후배 박계범에 밀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김태형 두산 감독의 선택은 김재호였다. 수비가 중요한 단기전 특성상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공교롭게도 김재호는 7회 결정적인 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두산이 1-2로 뒤진 7회 말 1사 2루에서 김재호는 조용호의 유격수 방면 내야 땅볼을 펌블했다. 인조잔디가 깔린 고척스카이돔의 특성상 타구 속도가 빨랐지만, 전성기 김재호의 수비 능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타구였다. 두산은 김재호의 실책으로 1사 1, 3루로 몰렸고 황재균의 내야 땅볼과 강백호의 적시타로 2점을 허용, 승기를 뺏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KS 1차전 뒤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이 나왔다"고 했다.
김재호의 올 시즌 PS 클러치 실책은 벌써 두 번째다. 그는 지난 5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도 대형 실책을 저질렀다. 1-3으로 뒤진 7회 초 1사 2루에서 LG 김현수의 타구가 투수 이교훈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흘렀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공에서 시선을 빨리 떼, 공을 놓쳤다. 포구 실책 이후 LG는 2루 주자 홍창기가 홈을 파고들었고 두산은 김재호 실책 이후 5실점, 3-9로 대패했다.
김재호는 준PO 실책으로 KBO리그 PS 통산 최다 실책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어 KS 1차전 실책으로 불명예스러운 PS 최다 실책 신기록(12개)의 주인공이 됐다. KS 통산 최다 실책(7개) 타이틀도 가져갔다. PS와 KS 최다 실책은 그만큼 큰 경기를 많이 뛴 일종의 '훈장'이다. 실제 김재호의 PS 통산 출전이 무려 90경기(이하 14일 기준). KS는 42경기로 역대 5위(1위 박한이·63경기)다. 하지만 최근 그가 보여주는 수비 불안은 심각하다. 박계범과 강승호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PS 활약이 더해지면서 김재호의 가을이 더 초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