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이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사업에서 잇달아 쓴맛을 다시고 있다. 신세계가 '부츠'에서 손을 뗀데 이어 롯데도 '롭스' 전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소극적인 유통망 확보, 프리미엄에 치중한 전략으로 업계 선두 CJ 올리브영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오프라인 점포'의 위기도 대기업들의 철수 속도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롭스 매장 67개를 내년까지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내 테넌트(입점) 형식으로 있는 매장도 마찬가지다.
롯데쇼핑 롭스는 2013년 CJ올리브영과 같은 H&B 로드숍으로 출발했다. 2014년 롯데쇼핑은 매장을 대폭 늘리는 등 본격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매년 영업적자를 냈다.
결국 2019년 131개 점을 끝으로 꾸준히 규모가 축소했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마트 사업부에 롭스 사업부를 합치기도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통합 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날 것으로 봤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지 않고 있어 철수를 정했다"고 말했다.
롭스 실적이 처음 반영된 지난 1분기 롯데쇼핑 마트 부문 영업이익이 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 감소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7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14억원보다 규모가 커졌다.
롯데쇼핑은 롭스가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는 롭스 매장 ‘롭스 플러스’만 유지·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적자 상태에서 롭스 매장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보다 롯데마트 내 매장으로 축소 운영하는 방식으로 출점 전략을 완전히 바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도 H&B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2012년 '분스'란 이름으로 H&B 스토어를 냈다가 4년여 만에 접었다.
2016년 영국 브랜드 '부츠'를 들여오면서 재차 시장을 두드렸지만, 올리브영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해 철수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가 남아있지만, 국내 매장 수 30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GS리테일의 H&B 스토어인 '랄라블라'도 지속적인 부진으로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수년째 적자 폭이 커지고 있고 GS리테일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1%대에 불과하다. 매장 수는 2018년 168개에서 지난해 124개로 줄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론 97개로 축소됐다.
이 같은 매장 수 감소세는 지속적인 사업 부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 시장에서 랄라블라의 실적 개선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 결과 오프라인 매장 폐점 속도가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들의 잇따른 폐점으로 CJ올리브영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매장 수 1256개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장 규모는 전체 H&B 스토어 매장 84%에 달했고,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6%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누적 거래액 상 온라인 비중(모바일 포함)은 지난 1분기 약 25%에 달한다”며 “올리브영의 독주는 당분간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