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총수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만이 주식 담보대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리더스인덱스가 총수가 있는 60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29개 그룹의 주식 보유 친족 455명 가운데 128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고 있다. 이들이 담보로 제공한 계열사 주식 지분은 6.4%, 대출 금액은 4조8225억원으로 집계됐다.
10대 그룹 총수일가 중 보유 주식의 담보대출이 없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재벌 기업 오너가는 경영·승계 자금 마련 또는 상속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주식 담보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으로 경영 승계가 진행됐다. 그렇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는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로써는 정의선 회장이 상속세 등으로 특별히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정 회장은 개인 자금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매입하는데 24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현대차 총수일가가 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던 건 아니다. 2013년 이전에는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담보대출 규모도 상당했다. 하지만 2013년 4월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657만주의 담보 대출을 전액 상환했다. 그리고 정 회장 역시 4500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비스 130만주, 기아차 412만주 담보대출 계약을 해지했다.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1조7171억원의 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총수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 담보대출 없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공탁만 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받은 유산의 상속세(약 12조원)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의 오너일가도 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가장 많은 1조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각 3300억원과 3717억원을 빌렸다.
삼성은 연부연납제를 활용해 상속세를 분납한다. 먼저 지난 4월 주식 매각 등을 통해 2조원을 납부했다. 2026년까지 5차례 걸쳐 추가로 납입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4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그룹의 지배력 강화를 고려해 담보대출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565억원을 대출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80억원을 빌렸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241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220억원을 담보대출 받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장남 정기선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담보로 각 3215억원과 500억원을 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