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상품 안내문 금융권의 대출 축소가 시중은행 전반으로 번지면서 연말까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에서 출발한 대출 축소가 우리은행,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연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고려한 조치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권고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6%로, 이미 주요은행 평균치가 5%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달 말 기준 4.9%로 전월 말보다 무려 1.3%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은 5.2%, 우리은행은 4%로 전월보다 0.6%포인트씩 상승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신한은행도 전월보다 0.7%포인트 상승한 3%를 기록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고신용 신용대출 및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의 신규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청년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은 일일 신규 신청 건수를 제한하며, 추이에 따라 신청 가능 건수는 변동할 것을 예고했다.
전날엔 하나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환대출 신청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오후 6시부터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대환 신규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판매 재개일은 미정이다.
대환대출은 다른 은행에서 이미 받은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하나은행은 대출모집법인 6곳을 통한 대출영업을 11∼12월에 중단할 예정이다. 내년 1월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9월에도 9월, 10월 취급 가능 한도가 소진된 대출모집법인의 대출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가장 먼저 대출을 조인 NH농협은행은 11월 말까지 가계대출 신규 취급을 받지 않는다. 이 밖에도 SC제일은행이 주력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변동금리 유형에 대한 신규 접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다른 은행의 수요가 몰려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앞으로 가계부채 관리 강화 추세는 계속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해 대출이 풀릴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들어 코로나19 관련해 완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가계대출이 많이 늘었고, 이것이 실물경제 악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대출이 더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갑작스러운 규제라기보다도 하반기부터 강화하려는 계획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대출을 계속 조일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정책이 갑자기 바뀌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