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넘봤던 카카오의 문어발식 시장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당국과 정치권에서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공룡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서둘러 상생안을 마련하고 일부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14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본질에 맞게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긴급회의를 열었다. 업계를 시작으로 정치권까지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모빌리티다. 전화 연결 위주의 택시호출 서비스를 간편한 앱 기반으로 바꿔 현재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그런데 최근 빠른 배차 서비스 '스마트호출' 요금을 정액 1000원(심야 2000원)에서 0~5000원으로 바꾸려다 이용자 반발에 0~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유자전거 요금도 인상하려다 철회했다.
여기서 골목상권의 영역까지 넘봤다. 꽃과 간식, 도시락 등 기업을 대상으로 업무용 물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서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초 택시호출 중개 서비스로 시작해 대리운전·바이크·셔틀·시외버스·퀵(택배) 등 사실상 모든 이동 수단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모한 카카오T의 최근 행보를 보면 언제 어느 부문에서 서비스 유료화, 과도한 수수료 책정, 경쟁사 차별 취급 등의 문제가 불거질지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
카카오의 신사업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시총이 이달 초 대비 10조원 이상 빠졌다. 결국 백기를 든 카카오는 일부 사업 철수와 파트너 기금 마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원을 마련한다.
문제가 됐던 카카오T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전면 폐지하고,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한다.
이 밖에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
지금까지 케이큐브홀딩스는 사업 방향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카카오의 지분 10.59%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