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불펜 필승조가 또 휘청거린다. 한 시즌 내내 쌓인 부담의 무게가 점점 더 버거워지는 모양새다.
SSG는 지난 5일 고척 키움전에서 8-4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7회 말과 8회 말에만 6점을 빼앗겨 8-10으로 경기를 내줬다. SSG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들이 줄줄이 구원 등판했지만, 한번 빼앗긴 흐름을 되찾아오지는 못했다.
김택형은 후반기 들어 가장 기세 좋은 투수였다. 지난달 15일 KIA전부터 지난 3일 두산전까지 8경기에서 11이닝을 연속 무실점으로 막았다. 3일 경기에선 시즌 첫 세이브까지 올렸다. 그런 그가 7회 말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가 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내주고 2실점 했다. 앞선 투수(장지훈)가 남겨 놓은 주자까지 포함해 키움의 3점 추격을 허용했다.
8-7 살얼음판 리드 속에 시작한 8회 말에는 김태훈이 1사 후 김혜성-전병우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허정협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등판한 소방수 서진용도 이용규와 윌 크레익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김태훈은 지난달 27일 KT전(⅔이닝 3실점) 이후 2경기 만에 3실점 경기를 했고, 서진용은 지난달 24일 삼성전(⅔이닝 4실점) 이후 다시 역전패의 쓴맛을 봤다.
SSG 불펜은 올해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블론세이브가 5일까지 19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리그 평균(12개)을 웃도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 2위 롯데·KIA(13개)와 격차도 크다. 올 시즌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9승 1무 9패(승률 0.763)로 9위에 그친 이유다.
그렇다고 마냥 부진했던 건 아니다. SSG 불펜은 올 시즌 전 구단에서 가장 많은 이닝(414⅓이닝)을 소화했다. 불펜진이 400이닝 넘게 던진 팀은 SSG와 한화(413⅔이닝)뿐이다. 3위 롯데 불펜(368이닝)보다 46⅓이닝을 더 책임졌다. 그런데도 불펜 평균자책점은 4.67로 전체 5위. 현재 팀 성적(6위)과 비슷한 순위다. 충분히 선방했다는 의미다.
다만 선발진의 공백까지 함께 메우느라 부담이 커졌다. 올 시즌 SSG 선발투수들의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수는 8위(32회)다. SSG보다 QS가 적은 팀은 9위 KIA와 10위 한화다. 또 선발진 평균자책점(5.19)과 경기 평균 이닝(4⅔이닝)도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고 있다. 구단 이름을 가리고 보면, 5강 싸움을 하는 팀의 성적 같지 않다.
악재가 많았다. 시즌 초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수년간 국내 선발진의 기둥으로 활약한 문승원과 박종훈도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2년 차 왼손 투수 오원석이 대체 선발로 제 몫을 했지만, 풀타임 시즌이 처음이라 후반기 들어 급격히 구위가 떨어졌다. 결국 오원석마저 2군에 갔다. 김원형 SSG 감독은 "빈자리를 메울 선발 투수가 '적어도 4이닝'만 던져줬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