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았다. 지난 5일 방송된 '인간실격' 2회에서 전도연은 켜켜이 쌓인 분노를 터트리는 서늘한 카리스마와 절망에 휘감겨 포효하는 애끊는 오열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이날 방송에는 악플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 출두한 전도연(부정)과 그를 고소한 박지영(아란)이 얽힌 사연이 담겼다. 전도연은 형사가 실드해제를 거론하며 검찰로 넘어 가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하자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정아란이 그래요? 내가 없는 말 한다고?"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경찰서를 빠져나오던 전도연은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한껏 움츠린 채 빠르게 걷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놀라 소리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는 모습으로 여린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전도연은 결연하게 박지영의 신작발매 사인회를 찾았고,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박지영에게 "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저 보고 싶어 하신다고"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선처해달라는 거면 날을 잘못 잡았다며 비아냥대자 "왜요? 안가면 옛날처럼 한 대 치시게요?"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꼿꼿하게 뒤돌아 나오는 듯 하던 전도연은 이내 떨리는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빠르게 걸어 나가 서점 화장실에서 구역질을 하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출판사 회의실에 앉아 회의를 하던 전도연에게 달려온 박지영이 핸드백으로 부정을 내리쳤고, 이로 인해 의자에서 떨어진 전도연은 무릎에서 피를 흘렸다. 이어 현실로 돌아와 세수를 하는 전도연의 모습과 함께 '제가 쓴 원고에서 한 글자도 안고치고 그대로 출간된 쓰레기 같은 책 잘 읽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담겨 전도연과 박지영의 갈등을 짐작케 했다.
그 뒤 전도연은 전화통화로 박지영이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당신은 대체 이 상황에 나한테 할 말이 고작 그거밖에 없어?! 난 당신 말대로 나 인간 이하에요. 그러니까 나한테 용서나 자비 같은 건 바라지도 말아요"라고 맞받아치면서도, 손을 떨며 힘듦을 드러냈다. 급기야 죽고 싶냐고 협박하는 박지영에게 "너무 다 창피해서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 나는 당신 때문에 직장도 잃고 아이도 잃고....나를 잃었어..."라며 목 끝까지 차오른 감정을 끝내 터트리면서 오열했다. 목이 멘 채 미안하다는 말이 어렵냐고 토로하던 전도연은 "난 당신한테 맞은 진단서도 가지고 있고 세상이 모르는 당신에 대한 수천가지 정보가 있어요. 나 오늘부터 당신 실드해제야!"라고 묵직한 일갈을 날렸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 나서는 불안감과 괴로움에 온몸을 벌벌 떠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도연은 자신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박지영에 대해 칼을 갈아온 날 서린 분노를 폭발시키면서도 반면 처연한 슬픔에 오열한 채 죽고 싶을 만큼의 절망에 사무치는, 세밀한 감정의 진폭까지 완벽하게 그려냈다.
'인간실격' 2회 엔딩에는 박지영에게 한바탕 쏟아낸 후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전도연에게 류준열(강재)이 꺼진 휴대 전화를 건네면서 서로를 가만히 응시하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3회는 11일 오후 10시 30분에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