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의 무료 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업계 톱3 진입에 나선다. 네이버와 쿠팡이 장악한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오는 31일 아마존·구글을 비롯해 국내 파트너사의 혜택을 모은 탈통신 구독 브랜드 'T우주'를 론칭한다고 25일 밝혔다.
2025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국내 구독 시장을 선점하면서 자사가 운영 중인 11번가와 아마존의 시너지로 이커머스 영역까지 공략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구독 서비스는 월 9900원의 '우주패스 올'과 월 4900원의 '우주패스 미니' 2종이다. 둘 다 최소 주문 금액 없이 아마존 해외 배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과 아마존이 맺은 혈맹의 성과다. 아마존은 11번가와 협업하면서 IPO(기업공개) 등 사업 실적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지분을 받기로 했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아마존 인기 최상위 상품을 미국 서부의 물류센터로 옮겨 6~10일이 걸리는 배송기간을 4~6일로 단축했다"며 "수천만개에 이르는 해외상품을 11번가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번가는 이달 말 앱 개편으로 아마존 접근성도 대폭 강화한다.
'아마존 홈' '아마존 딜' '아마존 베스트' 탭은 물론 아마존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타임 딜'도 고객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배치한다.
인기 상품은 상세 설명과 리뷰도 한글화했다.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반자동으로 번역했다. 아마존과 11번가 고객이 작성한 리뷰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상호 대표는 "상품 이미지 내 외국어까지 번역해 한국 사이트와 같은 경험을 보장한다"며 "압도적인 상품 수가 차별화 경쟁력이다. 가격 측면도 기대할 만하다"고 자신했다.
구독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11번가에서 2만8000원 이상의 아마존 상품을 구매하면 무료 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모든 고객에게 인식 코드를 부여해 지인이 추천한 상품을 구매하면 결제액 2%를 적립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추천한 사람도 1%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이밖에 우주패스 올 가입자는 파리바게트, 배달의 민족, 이마트, 스타벅스 등 제휴처에서 쓸 수 있는 1만원 상당의 혜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할인 쿠폰을 원하지 않는다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를 고르면 된다. 단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우주패스 미니 가입자는 업로드 3주가 지난 VOD만 볼 수 있는 '웨이브 라이트'가 적용되는 등 일부 기능이 제한된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3600만, 관련 거래액 8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이커머스 영토도 넓힌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 1위는 네이버(17%)이며, 다음으로 쿠팡(13%), 이베이(12%) 순이다. 상위 3개 플랫폼만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가져갔다.
11번가는 6%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은 10조4000억원이다.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빅3 도약을 노린다.
11번가 관계자는 "해외직구 시장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진입 장벽이 높았던 만큼 거래 규모를 급격히 키우기보다 많은 고객이 경험하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해외 직구액은 4조1094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의류·패션 관련 상품(38.3%)과 음·식료품(27.2%)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단순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휴사에서 얻은 데이터로 선호 콘텐트·관심사·생활 환경 등 다양한 상황을 파악해 고객 맞춤형 커머스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다. 여기서 결제·광고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창출한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T우주는 다양한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구독 유니버스를 지향한다"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구독의 신세계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