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굴욕을 맛봤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에 참가했지만 '노메달'로 레이스를 마쳤다. 6개 팀만 참가해 메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아시아 라이벌' 대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아마 최강' 쿠바는 미주 예선에서 탈락해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런데도 4위에 그쳤다. '숙적' 일본이 5전 전승으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표팀이 받아든 성적표가 더 초라했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타선의 짜임새가 떨어졌고 마운드의 단단함도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 투수였다. 10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의리(KIA 타이거즈), 고영표(KT 위즈), 김민우(한화 이글스)가 가능성을 던졌지만, 그 어떤 선발도 한 경기 6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던 김민우는 3분의 1이닝 만에 강판당하기도 했다. 선발의 부족한 이닝은 불펜의 과부하로 연결됐다.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은 경기당 선발 소화 이닝이 평균 4이닝 미만이었다.
13년 전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 9전 전승으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에는 류현진(2승 평균자책점 1.04)과 김광현(1승 평균자책점 1.26)이라는 걸출한 '원 투 펀치'가 있었다. 여기에 장원삼(1승 평균자책점 0)과 송승준(1승 평균자책점 2.19)까지 힘을 보탰다. 벤치에서 예상한 대로 불펜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도쿄 대회에선 달랐다. 구상이 꼬였다.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은 "생각보다 선발 교체가 빨리 이뤄져 투수들이 조급하게 운영됐다"고 말했다.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첫 태극마크를 단 젊은 투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다. 관건은 우승 경쟁력이다. '아시아 라이벌' 일본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와 모리시타 마사토(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탄탄한 선발을 앞세워 미국과의 결승전에선 2-0 완봉승을 따냈다. 대회 내내 한국은 버티는 데 급급했고 일본엔 여유가 넘쳤다. 한국 야구가 처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