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음보마.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3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200m 결선이 열렸다. 6번 레인의 크리스틴 음보마(18·나미비아)는 일레인 톰프슨헤라,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이상 자메이카) 가브리엘 토마스(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달렸다. 결승선 40~50m를 앞두고 하위권에 처졌던 음보마는 무서운 속도로 역전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했다. 초반 격차가 벌어진 톰프슨은 제치지 못했지만, 21초8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목은 십대 스프린터 음보마에게 쏠렸다. 음보마의 21초81의 기록이 20세 미만 여자 육상선수 200m 신기록이기 때문이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음보마는 예선 22초11로 앨리슨 필릭스(미국)가 작성한 20세 미만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준결선 21초 97, 결선 21초81로 기록을 연이어 단축했다. 당시 음보마는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낼 거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다. 행복하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함께 달린 베아트리스 마시링기(18·나미비아)는 22초28로 6위에 머물렀지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실 음보마와 마시링기의 주 종목은 200m가 아니라 400m다. 하지만 그들은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400m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들이 400m에 출전하지 못한 배경에는 DSD(Difference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선천적으로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는 한 일부 종목에 참가할 수 없도록 규정을 도입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처음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나노몰), 남성의 수치는 7.7~29.4n㏖/L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적혈구 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적혈구가 많을수록 근육으로 운반할 수 있는 산소가 많아져 장시간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IAAF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로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려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최소 6개월간 5n㏖/L(1리터당 5나노몰)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지난 7월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IAAF의 기준을 넘어선 음보마와 마시링기는 400m 출전을 포기했다.
DSD 규정은 캐스터 세메냐(30·남아공)를 둘러싸고 만들어져 ‘세메냐 룰’이라고도 불린다. 세메냐는 2009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800m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자 IAAF는 호르몬 수치를 근거로 세메냐를 ‘생물학적 남성’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부터 IAAF는 여성 종목에 참여하는 선수 중에 테스토스테론이 높으면 수치를 낮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세메냐는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패소했고, 스위스연방법원에 제기한 항소도 패소했다. 현재 유럽인권재판소에 항소한 상태다.
음보마의 기록 경신과 메달 획득으로 DSD 규정은 다시 뜨거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DSD 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스포츠에서 여성을 위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공평한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포용성에 배제되며 ‘공평한 경쟁의 장’이라고 묘사한 것에 대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