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2년여 만에 선발 등판한 SSG 랜더스 투수 이태양. [연합뉴스]프로야구 SSG 랜더스 마운드에 태양이 떴다. 이태양(31)이 주축 선수 이탈로 흔들리던 선발진에 힘을 실었다.
SSG 선발 로테이션 구상은 시즌 개막 후 흐트러졌다. 문승원과 박종훈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아티르위키는 대흉근을 다쳐 방출됐다. 대체 선수 샘 가빌리오는 27일에 2군 첫 등판을 마쳤다. SSG는 급한 대로 조영우, 정수민, 이건욱, 김정빈 등 예비 선발 자원을 대체 투입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16일 KIA 타이거즈와 더블헤더 1차전에 구원투수 이태양을 선발로 투입했다.
이태양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4년 2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거의 구원투수로만 뛰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그에게 “3이닝만 잘 던지라”고 당부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5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10-1 승리를 이끌었다. 그로서는 1495일 만의 선발승이다. 김 감독은 “공 64개만 던지고도 5이닝을 막았다”고 반겼다.
반전이 있었다. 이태양은 22일 LG 트윈스전에서 홈런 5개를 맞고 9실점 했다. 한 경기 최다 피홈런 타이기록으로, 역대 9번째다. 그러나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선 6이닝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했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 던져 SSG 마운드의 숨통을 틔었다. 이태양은 “차라리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울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경기를 다시 보니 맞을 만한 공들이었다. 가운데로 몰리거나, 변화구가 밋밋했다. 그래서 다음 등판 땐 구석으로 던지려고 집중했다. 제구가 정말 잘 됐다”고 했다. 그는 원래 홈런을 많이 맞는 편이다. 공격적으로 투구하기 때문이다. 이태양은 선발 등판 경기에서 타자당 공 3.15개만 던졌다. 리그 평균은 3.99개다. 이닝당 투구 수도 15.2개로 리그 전체에서 다섯 번째로 적다. 그는 “우리 팀 투수들이 힘들다. 볼넷으로 주자를 쌓는 것보다 홈런 맞는 게 낫다. 좀 더 긴 이닝을 던져서 투수진에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원투수도 괜찮았지만 이태양에게는 지금이 선발 전환 기회다. 그는 “몇 년간 불펜투수를 했는데, 선발을 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지난 시즌 도중 SK 와이번스(SSG 전신)로 트레이드됐다. SSG 창단 멤버로 새 시즌을 맞았다. 등 번호(17)를 추신수에게 양보해 고가의 시계도 선물 받았다. 그는 “시계는 잘 차고 다닌다. 시즌 끝까지 잘 던져 가을 야구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