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신세계그룹과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장하며 카카오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순위권에도 들지 못한 후발주자 카카오는 추격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절실해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3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근접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컨소시엄은 이베이코리아에 4조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전부 또는 일부 매각할지를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가 80%, 네이버가 20%의 금액을 책임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데 최종적으로 성공하면 업계에서 유일하게 30%대의 막강한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18%)가 1위, 쿠팡(13%)이 2위를 차지했다. 이베이코리아(12%)와 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3%)을 합산한 컨소시엄의 점유율은 33%로, 2위 쿠팡을 크게 앞지른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공식화한 것이 아니라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온·오프라인 유통 동맹을 강화한 네이버와 신세계는 이번 투자로 리더십 선점이 더욱 수월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당일배송 등 쿠팡과 비교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는 포털에 기반을 둔 온라인 접근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보다 늦게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로 벌어진 격차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커머스 자회사를 다시 흡수하는 강수를 둘지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커머스는 다음 중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와의 합병 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는 네이버와 쿠팡 등 경쟁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추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안에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를 100%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할 정도로 인수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을 흡수해 패션 커머스를 강화하고,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에 명품 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경쟁 플랫폼에서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이사회나 합병 관련해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