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명품 브랜드의 고급 서비스로 여겨졌던 '커스터마이징(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제작)'이 대중화하고 있다.
최근 휠라가 운동화에 고객이 원하는 컬러와 각인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한 데 이어 가전과 가구 등 인테리어 업계도 커스터마이징 제품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자신만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고,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1985~2000년 초반생)'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스니커즈 업계 '커스터마이징' 열풍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 2일 신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마휠라'를 론칭했다.
영어 'my(나의)'와 같은 뜻의 프랑스어인 'ma'를 브랜드명과 결합한 이름인데, 이름처럼 휠라 대표 슈즈에 내가 원하는 컬러와 소재, 글자로 이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복잡하지 않다. 일부러 오프라인 매장에 찾아가 발 치수를 재고, 색깔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휠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언제든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쉽다. 휠라의 대표 신발인 '디스럽터2' '레이 트레이서' '코트디럭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화면 한가운데 제품 사진이 올라오면 신발 구성 요소별로 색상을 골라 적용만 시키면 된다. 한두 군데 색깔만 바꾼다고 생각하면 아쉽다.
신발 전면과 측면, 베라(신발 혀), 중창, 아이 스테이(신발 끈 구멍), 신발 끈, 아웃솔(밑창), 힐탭, 패치, 로고까지 신발 구석구석을 16가지 색상 중에 선택할 수 있다.
3D로 360도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발이 마치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단 색깔만 바꿀 수 있지 않다. 합성가죽 또는 스웨이드 등 소재도 고를 수 있고, 신발 뒤꿈치 패치 부분에는 자수로 원하는 글자를 새겨 넣을 수 있다.
이름이나 생일 등 기억하고 싶은 단어를 새길 수 있어 나만의 슈즈는 물론 커플 신발, 가족 아이템 등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선택을 참고할 수도 있다.
휠라는 마휠라를 론칭하면서 신발 분야 인기 커스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총 5명을 디자인 인플루언서로 초빙했다. 나만의 신발을 만들면서 인플루언서가 제안하는 색깔과 디자인을 살펴보고 언제든지 차용이 가능하다.
마휠라의 또 다른 매력은 커스터마이징에 따른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휠라 멤버십 회원이라면 신발 가격만 내고 누구나 휠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일단 주문만 하면 30일 이내 받아볼 수 있다.
휠라 관계자는 "본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고, 표현하는 데도 적극적인 MZ세대에게 또 하나의 신선한 제안을 고민하다 이번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향후에는 서비스 가능한 신발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 하나뿐인 본인의 신발을 제작하면서 단순한 신발 구매를 넘어 자신의 패션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스니커즈 분야는 커스터마이징이 활발한 편이었다.
슈즈 브랜드 아디다스와 나이키, 컨버스는 오래전부터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지금도 나이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서는 원하는 로고나 마크, 각인을 신발과 의류, 가방에 새길 수 있다.
지난 3월 서울 마포에 문을 연 컨버스 스튜디오에서는 2만원가량에 커스터마이징 스니커즈를 만들 수 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는 7~8년 전부터 커스터마이징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페레가모는 2014년 대표 슈즈인 '바라' 35주년을 기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스텀 오더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객이 직접 신발의 부위별 색깔이나 굽 높이, 장식을 고를 수 있는 식이다.
페레가모는 지금도 국내 일부 매장에서 장식물에 이니셜을 넣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외는 보다 활발하다. 여성 구두 브랜드로 유명한 마놀로 블라닉은 10여 년 전부터 펌프스를 5가지 굽 높이와 20가지 색상 중에 선택해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에서는 직접 그림을 그려 보여주면 똑같이 만들어주는 '치코 슈즈'라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가구·가전도 특별하게
가전 업계도 커스터마이징에 힘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 하얀색으로 가전을 생산했지만, 최근 가전도 인테리어의 일부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바뀌는 분위기다.
LG전자가 2020년 출시한 'LG오브제컬렉션'이 대표적이다. 오브제컬렉션은 집안 전체의 인테리어 톤과 조화를 이루도록 고객들이 다양한 재질과 색상을 직접 조합할 수 있다.
워시타워, 스타일러, 휘센 타워, 청소기, 식기세척기, 광파오븐, 정수기,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등 어지간한 가전은 다 있다. 특히 상냉장·하냉동 냉장고의 경우 문 3개에 145가지 색으로 조합이 가능해 사실상 '나만의 가전'을 만들 수 있다.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의 색상 선정을 위해 세계적인 색채연구소인 미국 팬톤컬러연구소와 오랜 기간 협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소비자가 가전의 외부 재질과 문 모양도 직접 고를 수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삼성전자는 2019년 커스터마이징 냉장고인 '비스포크'를 출시해 히트를 쳤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그동안 통일된 냉장고 디자인에서 벗어나 주거공간과 기호에 맞춰 냉장고 색상과 구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젊은 소비자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취향가전'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가구업계도 커스터마이징에 한창이다.
한샘·현대리바트·에몬스가구 등 국내 유명 가구 브랜드는 대부분 맞춤 제작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소비자가 가구를 살 때 원하는 색상·원재료·마감재·크기·팔걸이 위치·침대 헤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한샘은 모듈을 이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벽 선반과 수납장, 책상을 조합할 수 있는 수납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붙박이장은 옷 종류에 따라 '짧은장형' '긴옷장형' '이불장형' '서랍장형' 등 내부 모듈로 선택해 설계가 가능하다.
또 붙박이장 내부에 금고를 설치할 수 있는 '금고장', 화장대로 사용할 수 있는 '파우더장' 모듈도 선택할 수 있다. 한샘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기성품보다 약 20~40% 더 비싼 커스터마이징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커스터마이징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구 인테리어 업계도 이 분야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