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차질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300여 대가 전격 풀린다. 지난 4월 말 직영점과 대리점에 전시된 차량으로, 이르면 내달 첫 주부터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아이오닉5가 생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전기차 구매 보조금마저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출고 대기 없는 전시용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차 팝니다" 문자 일괄 발송
2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직영점과 대리점 직원들은 지난 2월 사전계약 고객 대상으로 아이오닉5 전시차 판매 계획을 전달했다.
이들은 "보조금 신청서류 접수-보조금 확정-출고(결제) 진행-차량등록-차량 인도 순으로 아이오닉5 전시차 구매가 진행된다"며 "오는 27일까지 보조금 지급이 확정되면 6월 초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직영점은 현대차 국내 영업본부에서 관할하는 곳이며 대리점은 현대차와 상호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곳이다. 국내에 직영점, 대리점 합쳐 총 800여 곳이 있다.
다만, 직영점과 대리점이 보관 중인 전시차는 30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전시된 차량들이다. 모두 스탠다드가 아닌 롱레인지 모델로, 이중 익스클루시브 트림이 200여 대, 프레스티지 트림이 100여 대다. 세부 옵션은 천차만별이다. 일부 모델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또 다른 모델은 선루프가 제외됐다.
현대차 직영점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전시차를 판매해도 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관련 안내를 받은 경우 영업점에 판매 가능한 전시차가 배정돼 있다. 다만 전시차의 경우 기존에 고객이 설정한 옵션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생산 부족에 따른 고육책 해석
통상 전시차는 대리점 등 영업점에서 최대 6개월 전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오닉5는 영업점 전시 불과 2주 만에 고객 출고용으로 전환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아이오닉5 생산 부족으로 인한 수요·공급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 전시차 물량을 조기에 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지난 2월 사전 예약 첫날에만 1년 판매 목표량 2만6500대의 89.6%(2만3760대)를 채웠다. 1분기 말 기준 누적 계약 대수만 4만1779대에 달한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차량을 받은 고객 수는 미미하다. 당초 울산 1공장에서 지난달 1만대를 생산하려 했지만 2600대 생산에 그쳤다.
반도체 수급난뿐 아니라 현대모비스의 구동 모터 납품 지연도 장기화하고 있어 양산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달도 아이오닉5의 생산이 2800여 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원)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의 전시차 조기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서는 올해 하반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올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기차 5067대 가운데 이미 4445대(87.7%)가 접수를 끝냈다. 부산에서도 2301대 가운데 1501대(64.8%)가 접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올해 상반기에 동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아이오닉5의 최대 경쟁사인 테슬라가 1분기에 보조금을 싹쓸이한 결과다. 테슬라가 1분기에 판매 계약한 3200여 대 가운데 1100여 대가 서울시 보조금을 챙겨 갔다. 부산에서는 테슬라 530대가 올해 시 보조금의 약 25%를 1분기에 휩쓸었다. 반면 지난달 말 기준 고객에 인도된 아이오닉5은 114대에 불과하다.
현대차 "일반 신차도 옵션 제외하면 빠른 출고"
이번 전시차 판매에 대해 현대차는 '단기 전시차 판매일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지에 "통상 전시차는 단기와 장기로 나뉜다"며 "이번에 물량이 풀린 차량은 전시 기간이 2주 정도인 단기 전기차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아이오닉5는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 약 2개월 내로 출고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8일 아이오닉5 옵션을 바꿀 수 있는 '2차 계약변경'을 진행했다.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 후석 승객 알림 등을 포함한 기존 '컴포트 플러스' 옵션에 더해 후석 승객 알림 사양을 제외하고 가격을 5만원 낮춘 '컴포트 플러스2' 옵션을 새롭게 구성했다. 사실상 마이너스 옵션이다.
현대차는 이와 동시에 디지털 사이드미러, 사륜구동, 컴포트 플러스, 파킹 어시스트 등의 옵션을 제외하면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기존 안내에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