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른손 투수 이승진은 22일 현재 21경기(25⅓이닝)에 등판, 1승 1패·13홀드·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 리그 홀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0번 이상 등판한 불펜 투수 중 가장 낮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0.188에 불과하다.
이승진은 시속 150㎞까지 찍히는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공격적인 승부를 펼친다.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도 완성도가 높다. 현재 그는 리그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셋업맨이다.
이승진은 지난해 5월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이승진을 미래의 선발 투수로 점찍었고, 1군 백업 포수인 이흥련을 SSG에 보내는 출혈을 감수하며 그를 영입했다. 당시에는 두산이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승진은 하위 라운더(2014 2차 7라운드)였고, 1군 등판도 51경기에 불과했다. 이적 직후 등판한 2경기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나 이후 두 달(6~7월) 동안 2군에서 재정비하며 급성장했다. 권명철 코치로부터 팔 스윙을 교정받았고, 김상진 코치와 힘을 더 쏟아 투구할 수 있는 밸런스를 만들었다. 배영수 코치와는 경기 운영 능력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배영수 코치는 공격적인 투구를 특히 강조했다고.
이승진은 지난해 7월 31일 NC전에서 다시 1군에 콜업됐다. 시속 140㎞대 초반에 불과했던 포심 구속이 146㎞까지 올라왔다. 8월 4일 삼성전에서는 148㎞가 찍혔다. 김태형 감독은 "이적 뒤 첫 등판이었던 6월보다 구위와 밸런스가 두루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승진은 "2군 코치님들 덕분에 밸런스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8월 한 달 동안은 선발 투수로 나섰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이탈 공백을 메웠다. 9월부터 1이닝 이상 소화하는 불펜 투수로 뛰었다. 10월부터는 필승조 일원이 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한국시리즈까지 9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2021시즌 개막 전까지 그는 마무리 투수 후보였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구위가 가장 좋은 이승진을 이닝과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승진은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어느새 홀드왕 후보로 올라섰다.
김태형 감독은 "작년(2020년)에 있던 제구 기복도 올해는 잡은 것 같더라. 변화구도 한층 안정됐다. 좋은 결과가 이어지면서 자신감도 향상된 것 같다. 이승진이 두루 발전했다"라며 흐뭇해했다.
이승진은 지난 3월 발표된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무명 투수, 기대주였던 이승진은 이제 두산 불펜의 주축이자, 한국 야구의 기대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