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백승호(24·전북 현대) 전쟁'이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수원 삼성과 백승호 측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수원과 백승호는 최근 K리그 이적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를 모두 털어내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수원은 합의금 전액을 유소년 육성에 지원하겠다. 백승호도 유소년 축구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
합의금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백승호와 수원 사이에 합의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2월 19일이다. 수원이 백승호에게 3억원을 지원했고, K리그로 복귀할 시 수원으로 입단한다는 내용이다. 정확히 75일 만에 양측이 합의를 도출했다. 그간의 기억을 되돌려본다.
2월 22일. 분개한 수원은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의서 내용을 몰랐던 전북은 백승호 영입 협상을 중단했다.
2월 28일. 수원의 개막전 광주 FC전. 경기장에는 '은혜를 아는 개가 배은망덕한 사람보다 낫다'라는 걸개가 걸렸다.
2월 29일. 대화에 나선 수원과 백승호 측이 합의하지 못했다. 수원이 백승호 측에게 위약금 14억2000만원을 요구했다.
3월 30일. K리그 선수 등록 마감 하루 전. 전북은 백승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전북은 "선수 생명이 중단된다면 K리그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3월 31일. 수원은 "유소년 시절부터 지원했지만, 백승호 측이 합의를 위반하고 전북과 계약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4월 2일. 백승호 측은 "수원 구단을 완전히 배제하고 K리그 이적을 준비하지 않았다. 수원 담당자의 전화를 피한 적이 없다. 선수의 인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백승호를 향한 수원 팬들의 메시지. 4월 3일. '백승호 더비'로 펼쳐진 7라운드. 수원 팬들은 '정의도 없고, 선도 없고, 지성도 없고, 상식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북은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이기는 게 상식', '앗 톨게이트비가 승점보다 싸네' 등의 문구로 대응했다.
4월 11일. 백승호의 데뷔전. 인천 유나이티드와 9라운드에서 후반 24분 투입됐다. 부정적 시선 속에서도 전북 홈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4월 24일. 강원 FC와의 12라운드에서 첫 선발.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백승호가 거부해 다시 논란이 일었다.
5월 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13라운드. 경기 후 백승호는 기자회견에 나타났다. 그는 "그동안 여러 잡음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다. 유스 시절 도움을 준 수원에도 감사하다. K리그 이적에서 수원과 긴밀하게 소통하지 못해서 오해가 생겼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5월 4일. 공동 합의문 발표.
'백승호 전쟁'이 끝났다. 승자는 누구인가. 없다. 모두가 큰 상처를 받았다.
합의를 어긴 백승호와 그를 받아준 전북은 도덕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또 기자회견을 거부하는 등 아마추어적 행태는 실망감을 배가시켰다. 수원 역시 무리한 위약금을 제시하는 등 감정적으로만 대응해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런 일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12년 '프로 구단은 다른 구단 유소년 클럽에 소속되었던 선수를 등록할 수 없다. 원소속팀의 서면동의가 있어야만 이적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백승호와 수원의 합의서는 2009년과 2011년 만들어졌기에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백승호 사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또 어떤 꼼수가 등장할 지 모를 일이다. 아직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선수들도 남아있다. 이번 사태를 K리그 전체가 한층 더 성숙해지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축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입장문이 나온 뒤 첫 경기가 '백승호 더비'다. 오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4라운드에서 두 팀이 격돌한다. 백승호가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백승호 전쟁'은 끝났지만, 전북과 수원의 또 다른 전쟁은 다시 시작이다.